▲ 건양대병원 병리과 손장신 교수가 유방암 환자의 조직병리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사진:건양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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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시스템 이용한 암 진료…중부권 최초 왓슨 도입
18일 오전 10시 건양대병원 암센터 3층 인공지능 암 진료실.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은 30대 여성 A씨의 치료법을 논의하기 위해 외과,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등 각 진료과별 전문의 5명이 모였다.
인공지능 의사로 불리는 ‘왓슨’도 진료에 참여했다.
A씨의 주치의인 외과 윤대성 교수가 유방암 다학제 진료 시작을 알리자 병리과의 손장신 교수와 영상의학과 김금원 교수가 환자의 암세포 전이여부에 대한 결과를 설명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돼 암 조직이 깨끗하게 제거됐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없는 상태였다. 이후 혈액종양내과 노재경 교수의 항암치료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다학제 진료의 마지막 차례는 ‘왓슨’의 조언을 듣는 것이다. 임공지능 암 진료실 코디네이터가 환자의 신체정보와 의료기록, 검사결과 등 20여 가지 내외의 항목을 입력한 후 ‘Ask Watson(에스크 왓슨:왓슨에게 묻다)’ 버튼을 클릭하자 약 10초 만에 환자의 치료계획을 제시했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모니터에 출력됐다. 항암치료법과 호르몬 요법, 방사선 치료법이 표로 구성돼 나타났으며, 가장 좋은 치료법은 녹색, 고려해볼 만한 치료법은 주황색, 시행하지 말아야 할 치료법은 분홍색으로 구역이 구분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독소루비신(Doxorubicin)과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항암치료제를 병용해서 사용하는 것을 최적의 치료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유방암 다학제팀의 계획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또 호르몬 치료를 5년 이상 시행하고, 방사선 치료는 3~6주 치료하는 방법을 권장하되, 이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상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10초 만에 환자 신체상태와 병기를 고려해 개인의 특성에 맞춘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더 놀라운 것은 제시한 치료법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신뢰 점수까지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다학제 진료팀과 왓슨이 제시한 치료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A씨는 “처음에는 컴퓨터로 치료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의심이 갔지만, 실제 체험해보니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무엇보다 의료진과 치료계획이 일치했다고 하니 추후 치료에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건양대병원은 앞으로 의료진이 의뢰하거나 환자가 신청하는 경우 왓슨 시스템을 이용한 암 진료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윤대성 건양대병원 암센터 원장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에서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은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선진국에서도 이미 도입하고 있는 왓슨 시스템을 한발 앞서 구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건양대병원은 중부권 최초로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다학제 진료 =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와 함께 최상의 진단 및 치료계획을 결정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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