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찍자니 그렇고 安ㆍ洪도 마뜩찮고…”
劉ㆍ沈도 낮은 지지율로 고전 전망‘안갯속’ 표심
인물, 공약 승패 가를 듯 4차혁명, 대전의료원 등 현안즐비
“옛날부터 약속 지킨 사람이 누가 있었슈?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도 그럴 것 같아서….”
제19대 대선 첫날인 17일, 대전역에서 만난 김호인(45ㆍ가명)씨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중도일보 기자의 질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화법’으로 답했다.
김씨는 “박근혜가 대전에 철도박물관 한다고 했는데 어디 그게 됐나유?”하고 반문하면서 “MB도 대덕특구 과학비즈니스 벨트 공약을 했는데 이것이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유…”라면서 투덜거렸다.
중앙시장에서 10년째 장사한다는 이연자(67ㆍ가명)씨는 “반기문도 안희정도 충청 주민들에게 기대만 잔뜩 하게 해놓고 예선에서 탈락했잖유”라며 충청대망론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 지역 사람이 그래도 나은디, 이제는 누굴 찍어야 하는겨? 아직도 못 정했슈…”라며 갈 길 잃은 표심을 반영했다.
이처럼 충청권 가운데 대도시인 150만 명이 모여 사는 대전의 ‘장미대선’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전의 표심은 역대 대선에서 항상 여야의 균형 추를 맞춰왔다.
2012년 18대 때에는 대전에서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 49.95%, 문재인 민주당 후보 49.7%를 얻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36.28%, 무소속 이회창 후보 28.90%로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도 마찬가지다. ‘대세론’ 민주당 문 후보를 밀어주자니 썩 내키지 않는다.
문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한 이후 사드배치 입장변화 등 ‘우클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진보진영 ‘집토끼’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중도보수층으로 확장하려는 것이지만, 20~30%가량 ‘콘크리트 보수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전 정서에 생채기를 낸 후보라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안론’ 안 후보에게 표심이 옮겨가는 것도 망설여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안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전국의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며 짧은 시간에 문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유치원 발언’, ‘부인 보좌진 사적이용’ 등 잇단 논란을 바라보는 대전 민심은 싸늘, 이 부분이 표심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한국당 홍 후보는 ‘우파 결집’을 주장하며 대전 지역 보수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이번 조기대선 원인을 제공한 정당 소속이라는 아킬레스는 고민거리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전에서 지지세 확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전 충청권에서의 낮은 지지율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장미대선’의 대전표심은 각 후보의 인물론과 공약의 진정성이 얼마나 유권자에게 어필하느냐에 따라 결국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지역 주요공약으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 ‘미래 융복합 산업단지’ 조성 ▲국방중소벤처진흥원 설립 ▲글로벌 특수영상산업 클러스터 구축 ▲국제지식재산플라자 건립 ▲대덕특구 활성화 규제 개선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옛 충남도청 이전 용지 조기 활용, 대전의료원 건립 지원,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국립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나라 사랑 테마파크 조성 등도 지상과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전의 표심은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뤄왔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따라 조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표심 프레임이 바뀌었다”며 “인물론과 각종 공약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