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유성경찰서 보안계…도시철도 책임 허술 지적
대전 시민 A씨는 지난 16일 대전도시철도 1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 전시된 사진을 보고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 대선이 3주가량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과 실상을 알리는 의문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판넬 12점은 북한 궁핍한 주민 모습과 대남 도발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을 비롯해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무장간첩선 침투 등 북한에 대한 대북감정을 조장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A씨는 전시 주체를 찾아보았지만 도시철도 내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대북 감정을 조장해 안보의식을 강화하려는 보수단체의 전시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역무실 직원도 전시 내용을 모른다고 해 도시철도 내에서 열리는 전시인데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대전도시철도 내에서 대북감정을 조장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대전도시철도공사와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전시는 유성경찰서가 지난 3일부터 2주간 개최한 ‘안보 사진전’이다.
도시철도 역사 내에서 전시물을 설치하려면 도시철도공사 측과 협의를 거친 후 이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성서 보안계 관계자는 앞서 도시철도공사 측에 협조 요청을 구해 이 같은 전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시 사진 주변 비롯해 역사 내 게시판 어디에도 해당 전시에 대한 설명과 전시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대선 정국을 맞이한 현 시점에 이 같은 전시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시민 B씨는 “대북 도발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보수 진영의 프레임”이라며 “전시 의도는 알겠지만 시기가 적절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전경찰청은 통상적 안보 업무 중 일부라며 전시 주체를 밝히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도시철도 역과 정부청사 등에서 순회전시를 연 데 이은 전시”라며 “일부에서 제기할 수 있는 대북감정 조장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유성경찰서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전시 과정에서 주체를 밝히지 않은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앞으로의 전시에선 주체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국가기관에서 협조를 구한 사항이다 보니 미처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확인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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