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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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이 되면 답답한 숨소리, 훌쩍거림과 재채기 소리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공기 중에 먼지와 꽃가루가 많아지거나 온도 변화가 심한 환절기가 되면 알레르기 비염이 찾아와서 주요 증상인 코막힘, 콧물, 재채기, 가려움을 일으킨다.
2015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626만 8647명으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3명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비염은 먼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과 같은 항원이 코 속의 점막에 접촉했을 때 과민반응이 일어나서 발생한다. 과민반응은 모든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알레르기 반응성을 지닌 사람에게만 나타나며, 이는 어렸을 때 시작 될 수도 있고 성인이 되어서 시작될 수 있는데, 일단 시작이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은 병력 청취, 비강 내시경 검사 및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의 진단 없이 일반 비염 약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은 부비동염(축농증), 비중격 만곡증, 비강 이물 및 종양 등과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진료 후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코막힘과 콧물이 발생하였지만 진료 없이 일반 비염약만을 복용하다가 비강 종양의 진단이 늦어져서 치료가 어려웠던 안타까운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비염약을 먹을 때만 좋아지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치료를 중단한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란 것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과 함께 동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예전에 나온 알레르기 비염약(주로 항히스타민)은 졸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것이 비염약은 독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최근에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들은 2세대 및 3세대 비염약으로 졸림 증상이 현저하게 개선되어 불편함 없이 복용이 가능하다. 간혹, 복용한 비염약이 맞지 않다면, 알레르기 비염약이 흔한 질환인 만큼 치료약 또한 다양하게 있어 전문의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우수한 수술 방법들이 개발되어서, 코막힘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고주파 및 미세절삭기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부분마취로 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만으로도 코막힘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고, 통증과 같은 불편감이 적어 소아나 청소년기 아이들에서도 널리 시행된다. 특히 미세절삭기를 이용해서 수술을 한 경우 10년 이상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수 년 전부터 면역요법이 시행되어 완치의 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열려 있다. 예전에는 인슐린처럼 주사를 반복적으로 놓아야 해서 많은 환자들이 꺼려했는데 최근에는 혀 밑에 녹여먹는 약들이 개발되어 불편함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니고 3년~5년 이상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므로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암이나 심혈관 질환처럼 목숨을 위협하거나 급하게 치료를 요하는 병은 아니지만,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수면장애 등의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소아에서 증상이 심한 경우 집중력 저하, 성격장애나 성장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진단 받지 않고 지내다가 비강 종양과 같이 병이 뒤늦게 발견되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불편함 없이 지내는 환자들도 많지만, 치료 없이 불편함을 가진 채로 지내는 환자들 또한 많이 있다. 적절한 검사와 치료로 쾌적한 공기를 마시느냐, 불편함과 함께 지내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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