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끝으로 충청 주자 모두 대권 레이스 이탈
다시 잡은 ‘캐스팅보트’..충청의 선택은 어디로?
‘충청 표심’의 향배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충청 출신 대권 주자들이 모두 무대에서 사라지면서다.
다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19대 대선에서 지역민들의 ‘충청대망론’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늘어난 인구와 주자들의 인물경쟁력, 충청 지도자 배출을 원하는 열망이 ‘삼박자’를 이뤘기 때문이다.
인구는 호남과 대구·경북을 추월했고, 지역에선 ‘정치 주역이 되어보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반기문·안희정·정운찬·정우택 등 경쟁력 강한 주자들이 즐비해 충청대망론을 향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충청 주자들의 행보와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러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끝으로 충청 주자들은 모두 대권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정 전 총리로 이어지던 충청대망론이 ‘무망론’이 된 셈이다.
정치적 지향점을 잃은 지역민들의 마음이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그 마음은 4·12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났다.
충청권 기초단체장 1곳(충북 괴산), 기초의원 3곳(천안 나·마·바)에서 무소속 2명,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후보가 1명씩 당선되면서다.
지역에선 ‘충청대망론을 무산시켰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심판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당초 예상과 너무 빗나갔다. 이런 게 충청도 표심이냐”며 탄식했다.
갈 곳 잃은’ 충청표를 흡수하기 위해 각 정당과 후보들은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민주당은 충청권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세(勢)확산에 나섰다.
대전 선대위대책본부장에 백춘희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조성칠 대전 민예총 상임이사를 영입하는 등 지지세를 넓혔다.
충남은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를 지지했던 인사들을 대거 포함한 메머드급 선대위를 꾸렸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고무된 분위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최근 국민의당은 신용현·오세정·김수민·김동철·황주홍·김관영 의원을 충청 선대위에 배치했다.
충청에서 현역 의원이 전무한 만큼 현역들의 대거 배치로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은 충청권 보수층 결집에 올인했다.
정우택 당 대표 겸 원내대표가 대전 선대위 발대식에 참석해 힘을 보탰고, 대규모 물량을 동원해 선거전을 펼칠 예정이다.
충청권 민심의 중요성을 감안해 홍준표 후보의 빠른 대전·충청방문도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은 실리적 유세로 유승민 후보의 경제·안보전문가 이미지를, 정의당은 정책 중심 선거전으로 심상정 후보의 개혁 정책을 알리겠다는 목적이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자치행정학)는 “이번 대선에서 충청대망론 기대가 컸지만 결국 충청에서 대망론이 사라지고 다시 무망론에 빠지고 말았다”며 “허탈감에 빠진 충청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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