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란도란' 우애가 절로 깊어지겠네…예산 의좋은 형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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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란도란' 우애가 절로 깊어지겠네…예산 의좋은 형제공원

국내 여섯번째 슬로시티 대흥면, 옛 교과서 속 은 의좋은 형제 살던 곳 형제효제비·대흥동헌도 즐기고 매월 둘째주에는 토요장터도 열려

  • 승인 2017-04-13 10:30
  • 신문게재 2017-04-14 9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행복의 기준을 돈이나 물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욕심에 눈이 멀어 천륜을 져버리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뉴스를 보면 혀를 찬다. 하지만 수행을 하는 사람이나 성직자를 제외하고 물욕(物慾)이 없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싶다.

다들 욕심을 억누르는 이성적 판단이 앞서기 때문에 불행한 사태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욕심이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는 순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형제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서로 다투고 법적 분쟁까지 가는 요즘 의좋은 두 형제가 살았던 마을을 방문하면 조금은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충남 예산 의좋은 형제공원을 방문한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의 어느 날이었다. 날이 좋아 고속도로를 나와서는 차량의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만끽하며 달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농촌 들녘에서 풍겨오는 익숙한 거름 냄새에 다시 창문을 닫는다. 급한 일도 없겠다 천천히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예산의 상징인 예당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불규칙하게 물 위에 떠 있는 좌대가 단조로운 저수지의 풍경에 운치를 더해준다.


그렇게 예당저수지를 따라 10여분 달려가니 예산군 대흥면이 나왔다. 대흥면은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자 과거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의좋은 형제가 살았던 곳이다. 형은 아우를 걱정하고 아우는 형을 걱정해 늦은 밤 서로 볏단을 옮겼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의좋은 형제공원은 면사무소와 대흥동헌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크지 않은 공원에 아이들과 산책 삼아 가볍게 둘러보기에 부담이 없는 곳이다.

또한 공원에서 바라보는 예당저수지의 웅장한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공원의 첫 인상은 매우 깔끔했다. 산책로와 안내판을 비롯해 조형물이 잘 관리된 듯 보였다. 공원안에는 형 이성만의 집과 동생인 이순의 집을 포함해 연못과 관아거리가 조성돼 있다. 형의 집 앞에는 지게를 막 메는 사람의 조형물이 있는데 아마도 형이 동생네 집으로 볏짚을 옮기러 가는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의좋은 형제가 살았던 시대가 조선시대인걸 감안해서 그런지 공원에는 농경문화에 관련된 조형물이 많았다. 물레방아와 연자방아, 디딜방아가 설치돼 있고 그 옆에는 친절히 설명도 써 놓았다. 공원 중앙에는 황새가 노니는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이 공모한 황새마을 적합지로 선정된 곳인 황새공원이 있고 자연 번식을 통해 자연으로 계속 방사를 하는 곳인 만큼 황새가 낯설지 않았다.



그 주변으로 식재된 봄꽃이 운치를 더해 준다. 연못 옆으로는 대흥관아가 위치해 있는데 깜찍한 모양의 이방 캐릭터와 포토존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재밌는 건 지금의 경찰격인 포졸의 자격 및 시험과목, 생활 등이 적힌 안내판이 있다는 것이다. 포졸의 자격은 양민이나 천민의 신분에서 선발했으며 키가 5척 이상(151.5cm)이 되어야 하고 막걸리를 3통 이상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적어도 쌀 세 가마니는 들 수 있어야 하고 무술실력을 갖추어야 하며 간단한 한문을 읽고 쓰는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공원에서는 장터도 열린다. 물론 매일 열리는 건 아니다. 11월까지 매월 둘 째주 토요일에만 열린다. 이날 방문을 하면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먹거리와 공연도 볼 수 있다.

공원을 다 둘러보고 마을쪽으로 올라가면 의좋은 형제의 동상이 보인다. 서로의 집에 볏짚을 옮기다가 만나는 가장 유명한 모습이다. 그 옆으로는 형제 효제비가 있는데 연산군 3년(1497년)에 이성만 형제의 효행과 우애를 보고 왕이 정문을 세워 표창하고 자자손손 영원히 모범되게 하라는 171자를 기록한 효제비를 세웠는데 1964년 예당저수지가 완공되며 수몰되었다. 그 후 14년이 지난 1978년 극심한 가뭄으로 예당저수지의 물이 빠지며 효제비가 발견됨으로 의좋은 형제가 실존 인물임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효제비 옆으로는 충남 유형문화재 제174호인 대흥동헌이 있다. 동헌은 역대 군수들이 집무를 보던 정청으로 대흥동헌은 예산군에 남아 있는 유일한 관아건물로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농촌드라마인 ‘산 넘어 남촌에는’에서 종가 집으로 촬영되기도 한 곳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예당호 중앙생태공원이나 동헌 뒤쪽의 형제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함께 온 부모형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추천한다.

▲가는 길
대전당진고속도로를 이용해 신양 IC로 나온 후 신양삼거리에서 좌회전, 616번 지방도로를 10여 분 달려가면 된다.

▲먹거리
의좋은 형제공원 주변에 식당이 많이 있다.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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