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전시청 북문 앞 일방통행 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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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시청 북문 앞 일방통행 도로입니다”

  • 승인 2017-04-12 15:31
  • 신문게재 2017-04-13 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도로 역할 갈수록 약화
걷고 즐기고 자랄 수 있는 생명을 위한 공원화 필요


▲ 12일 오전 10시쯤 대전시청 북문쪽에서 바라본 황량한 일방통행로.
▲ 12일 오전 10시쯤 대전시청 북문쪽에서 바라본 황량한 일방통행로.

저는 도로입니다. 대전시청 북문에서 정부대전청사 방향으로 뻗은 일방통행로죠.

보라매공원을 중앙에 둔 ‘형제’ 도로입니다. 사람들이 형은 ‘둔산로 101번길’(충청우정청 쪽), 동생인 저는 ‘둔산북로 90번길’(대전교육청 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죠.

저만 해도 길이 300여m의 5차선 규모의 도로입니다.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죠. 양쪽에 조성된 인도와 중앙의 보라매공원을 넘어 형까지 포함하면 폭은 90여m나 됩니다.

하지만, 덩치만 큽니다.

많은 차가 달리는 웬만한 주요 도로보다 크지만, 저희 위를 달리는 차는 많지 않습니다. 심심할 정도죠. 형을 이용하는 버스는 1개 노선이고 종점이 있는 저도 3개 노선뿐입니다. 한 차선이 노상주차장으로 이용할 정도죠. 도로라고 하지만, 사실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초대형 주차장이라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옆에 있는 보라매공원이 부럽습니다. 봄이나 가을이면 사람들이 발을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붐비죠. 인근의 직장인들은 점심을 간단히 먹은 후 공원에서 산책하고, 밤에도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365일 황량한 저희 형제와는 반대죠. 평일 오전에는 10분에 차량 10대도 지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요즘 고민입니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보라매공원처럼 제2의 새로운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온종일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죠. 그동안 도로라는 자부심을 갖고 충실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 마음엔 변함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행과 대중교통 중심도시 등 ‘걷는’ 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고 도로 본연의 기능이 상당히 약화돼 효율성이 낮은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차(車)기척’이 거의 없는 밤이면, ‘바꿔보자’라는 생각이 더욱 절실합니다.


▲ 수목이 우거진 보라매공원.
▲ 수목이 우거진 보라매공원.

이제 타이어가 아니라 사람들의 발길과 닿고 싶습니다. 흙과 모래를 얹고 잔디와 나무를 심어 많은 사람이 찾아와 쉬고 즐길 수 있는 공원이 되고 싶습니다. 마침 제 아래에 상업과 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지하공간을 개발하는 계획도 있다니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요.

물론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주차장이 없어지고, 주요 진출입로를 바꿔야 하는 기관도 있겠죠.

가장 걱정되는 건 특허법원(대전가정법원)과 둔산2동사무소가 옆에 있는 서부소방서 119안전센터입니다. 대부분 진출입구가 2개인 다른 기관과 달리, 이곳의 유일한 출입구는 형의 허리 쪽 뿐이죠. 방법이야 있겠지만, 시민안전과 직결되는 기관이라 미안하기도 하지만, 방법은 있을 거라 봅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 형제뿐 아니라 서구청에서 대전경찰청까지 연결된 둔산북로도 함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시청 북문에서 바라보면 ‘ㅠ’ 모양의 도로가 공원으로 바뀐다면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도 하나가 될 거라 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요? 제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윤희진 기자 heejiny@


※이 기사는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대전시청 북문 앞 ‘일방통행 도로’를 주인공으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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