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한 사립고가 12일 창단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야구부를 운영한다.
최근 대부분 학교가 운동부 창단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 학교의 결정은 지역의 체육발전 측면에서 보면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해 하반기 야구부 창단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대전교육청과 갈등을 빚었고, 이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과 학교가 갈등을 빚게 된 것은 제대로 협의도 안 된 상태에서 학교가 독단적으로 야구부 창단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교내에 학생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고, 보유하고 있는 운동장도 규격에 못미쳐 앞으로도 교내 훈련장 확보가 어렵다. 이 같은 이유로 시교육청은 체육특기학교 지정 불가 입장을 통보했지만, 학교는 창단을 강행했다.
야구부 지도자는 차로 20~30분 떨어진 거리에 훈련장을 확보했고, 원거리에서 훈련하는 야구부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팀 창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일부 학교 야구부가 원거리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30~40명 학생의 안전을 담보로 팀을 창단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여기에다 이 학교는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습권 보장을 통한 공부하는 체육특기자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도 역행한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의 수업 참여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 정규수업 이수 후 훈련 참가 원칙을 준수하고, 전국대회 등을 참가하더라도 전체 수업시수의 3분의 2는 무조건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학교 선수들은 훈련장까지 이동하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4교시 이후 수업은 들을 수 없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체육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학교 야구부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체육계가 지도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팀 창단을 강행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팀이 많으면 많을수록 어쨌든 지도자들의 일자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보다는 클럽화를 권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엘리트 야구부 창단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창단인지 아니면 지도자들의 일자리를 위한 팀 창단인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정성직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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