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0명 환자 사망 제로 효과
대전지역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자살을 기도한 이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며 재발방지를 막는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을지대병원은 지난 2013년 7월부터 대전에서 유일하게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현재까지 자살을 시도한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병원 응급실에 배치된 전문 상담인력이 자살시도자에게 전화 또는 방문상담을 제공해 재시도를 막는데 초점을 뒀다. 응급실에 온 환자는 치료비도 지원받는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기금으로 지원되는 치료비는 1인당 최대 300만원으로, 총 지원액이 지난해 2억 5000만원에서 올해 4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전에서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이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약물 음독을 하거나 자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이렇게 찾은 이들은 지난해만 400여명. 하루 한 명꼴로 자살시도를 해 응급실을 찾았다.
간호사 2명이 주간 12시간씩 근무하며 이들을 돌보고 입원실을 찾아 우울증 등 마음의 병까지 보듬는다. 밤에 찾은 환자들을 위해선 병실로 직접 방문한다. 우울증 등으로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 대해선 지역 구 보건소 정신건강센터와 연계해 치료를 돕기도 한다.
그 결과 지난해 재발방지로 인한 사망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 3월 현재도 1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자살 시도로 인해 응급실을 찾아 도움을 받았다.
성과는 성공적이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8월부터 2015년까지 사업을 분석한 결과, 자살시도자의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춘 성과가 입증된 것이다. 서비스를 받지 않은 이들의 사망률은 14.6%인데 반해 수혜자의 사망률은 5.9%로 8.7%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27곳에서 42곳으로 응급실로 확대한다.
대전에선 충남대학병원이 선정됐으며, 인력채용 등의 과정을 거쳐 이르면 5월쯤 시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업 대상 확대로 지역 자살시도자들에 대한 재발 방지 효과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택하는 이들에게 치료를 권장한다. 유제춘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정을 헤아릴 순 없지만, 위기의 순간을 꼭 넘겨야 한다”며 “도움 요청, 입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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