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는 확신을, 환자에게는 신뢰를’
“국내 의료계의 수도권 쏠림현상 개선 기대”
“왓슨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암 환자 진료에 시너지 극대화”
건양대병원이 지난 5일 ‘인공지능 암 진료실’ 개소식을 갖고, 인공지능 왓슨에 대한 진료를 시작했다.
왓슨은 담당 의사가 암 환자의 정보와 의료기록, 검사결과 등의 항목을 입력하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제시해준다. 최신 의료정보와 문헌을 의사가 모두 파악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 하는 왓슨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으로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의료분야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건양대병원이 중부권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암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건양대병원 암센터 윤대성 원장을 만나 왓슨 시스템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 건양대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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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왓슨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 의사’로 불리는 왓슨의 정식 명칭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왓슨은 환자의 진료기록을 근거로 방대한 의학 논문과 관련 치료 자료들을 빠르게 분석해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의사들의 정확한 치료법 제안을 도울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는 치료에 대한 확신과 안심을 가져다주는 첨단 정밀의료 시스템이다.
왓슨은 미국 최고의 암센터로 꼽히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MD앤더슨 암센터 등에서 의사들과 함께 암 환자를 진료하며 실제 의사와 같은 훈련을 받았다.
-인공지능 왓슨은 어떤 역할을 하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쏟아지는 최신 의료정보와 문헌을 의사가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업그레이드 한다는 점이다. 방대한 양의 의학정보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의사들이 고려해야 할 치료 옵션에 대해 근거를 기반으로 제세한다는 것이 키포인트다. 왓슨이 의사의 효율적인 결정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일 뿐 치료방향과 환자와의 소통은 의사가 담당한다.
▲ 유방암 진료팀이 인공지능 왓슨 시스템을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
-왓슨을 이용한 암 환자 진료과정은.
▲건양대병원 암센터 3층에 ‘인공지능 암 진료실’을 구축했다. 대상자가 선정되면 해당 암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다학제 진료팀이 구성돼 인공지능 암 진료실로 모이게 된다. 의료진이 암 환자의 개인정보와 의료기록, 검사결과 등의 20여 가지의 항목을 입력하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수십 초 안에 2~3가지 치료법을 제시한다. 어떤 근거에 따라 각 치료법을 제시했는지도 투명하게 보여주고, 각 치료법의 신뢰도 역시 점수를 매겨 제공된다. 최종 치료 옵션은 세 가지로 보여주는데 추천 치료법, 고려할 만한 치료법, 비추천 치료법이다.
즉 해당 치료법을 선택한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암 진료실에는 각종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는데,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추후 치료에 대해 함께 상의하게 된다. 진단적인 측면에서는 병리과와 영상의학과, 치료에는 외과와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혈액종양내과와 방사선치료를 담당하는 방사선 종양학과 등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진단과 치료과정을 설명한다. 왓슨 시스템을 활용해 진료를 시행해보니 환자들은 치료에 더 신뢰가 간다는 입장이다.
현재 건양대병원은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대장암, 직장암, 위암, 폐암 등 총 7종의 암에 대한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추후 간암 등 다른 암 치료를 위한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왓슨 도입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현재 의료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눈부신 발전을 이뤄가고 있고 왓슨은 이미 세계적인 암센터라 불리는 곳에서도 현역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하는 의료계에 앞선 발걸음이 우리지역 암 환자들의 불편을 줄여주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암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역 환자와 그 가족들이 치러야 하는 시간과 비용 등 고통들을 지켜볼 때 의사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지역의 암 환자들에게 이러한 불편을 줄여주고 치료에 대한 확신을 준다면 지역 뿐 아니라 국내 의료계의 수도권 쏠림현상까지 개선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 왓슨 시스템을 사용해보니 어떤가.
▲외과 의사이자 유방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로서 실제 환자를 적용해보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인공지능 왓슨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의사들이 여러 가지 방법들의 치료계획을 세울 때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위한 약제, 방사선 치료 등의 우선순위를 정해준다는 것이다. 최신 의학정보와 근거에 입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순서를 정해줄 뿐 아니라 환자 상태를 고려해 경제적인 비용 측면까지 고려해 답을 내놓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왓슨을 도입한 이후 지난 4월 5일 첫 환자 진료를 시작했는데, 여러 환자를 진료한 것이 아니라 완벽하다는 표현을 쓰기는 어렵지만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의료진과의 치료 계획은 거의 일치했다.
-왓슨 도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왓슨의 의학적 정확도와 효과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우려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왓슨은 각 분야 전문의로 구성된 ‘암 다학제 진료팀’의 결정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할 뿐 모든 과정을 왓슨에게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왓슨은 최적의 진단 및 치료법을 의료진에게 제시할 뿐 모든 판단은 의사가 한다. 다만 담당분야가 달라질 뿐이다. 과거 의사가 했던 일을 간호사가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 있듯 왓슨 시스템으로 인해 환자의 질병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왓슨을 훈련시키는 것도 인간 의사의 역할이며, 환자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도덕적 판단도 의사가 한다. 왓슨을 이용한 암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다고 환자에게 추가비용을 받는 것도 아니다. 암 환자 진단과 치료에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서비스 하는 개념이다. 다학제 진료팀과 인공지능 왓슨의 협진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과거 컴퓨터를 최대한 저렴하게 사기 위해 용산 전자상가를 찾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최저가 PC를 주문하는 시대다. 환자들이 서울로 집중되는 기형적인 문화가 지금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결국 왓슨 도입을 비롯한 여러 흐름을 봤을 때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의료계의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최신 의학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서 의사가 이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왓슨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암 환자 진료에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양대병원의 앞선 발걸음이 우리 지역 암 환자들의 불편을 줄여주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리라 자신한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ㆍ정리 박전규 기자
● 윤대성 원장은.
- 1961년 서울 출생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졸업
-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박사
-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원
-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장·의과학대학장 역임
- 건양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 역임
- 현) 건양대학교병원 외과/유방크리닉 교수
- 현) 건양대학교병원 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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