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교육문화부 기자) |
외형적으로 봄날이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왜 대전의 예술계는 냉기가 가시지 않는 것일까?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마음’은 지역 문화계의 착잡한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할 때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언급한다. 이 정책은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John Pick)가 예술행정론에서 역설한 팔길이의 원칙에서 기원한다.
‘지원은 하되 (팔 길이만큼 거리 두고)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은 1945년 영국이 예술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예술평의회를 창설할 때 정치권력과 관료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채택한 정책이다.
이는 즉 정부가 문화예술지원에서 팔길이 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전 문화정책에 있어 팔길이 원칙은 존재하는걸까’에 대한 물음에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말인 것 같은데 현실과는 먼 얘기인 것이다. 항간에선 대전에서는 ‘지원은 하지 않고 간섭만 한다’로 변질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시에서 대전문화재단에 어려운 일들을 떠넘기고 뒷짐을 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돼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 같다.
또한 대전의 문화예술지원 체계와 문화예술 행정 서비스가 여기저기서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대전시와 문화재단이 예산처리 방식의 통제를 통해 문화예술 단체와 관계를 ‘갑’과 ‘을’로 만들어가며 구조상 관리·통제·감시자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의 문화예술은 ‘지원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정책을 수립하고,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팔길이가 유난히 짧아 결국에는 ‘손뼘길이 원칙’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의 경직성만 개선한다고 문제가 나아지는 것이 아닌데 마치 모든 문제가 행정의 비전문성과 경직성에만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대전의 문화예술 지원 정책은 관료 위주의 통제적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역 문화계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이것이 개선될 때 예술의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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