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확보 우선…다른 상품 판매 이용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IT가 발전하면서 수수료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증권사가 위탁수수료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증권사들의 전통적인 수입원은 위탁매매다. 위탁매매는 증권거래를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이다. 사실상 영업 라이선스만 취득하면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알짜’사업인 셈이다. 과거 전체 증권사 수익 중 70%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54곳의 위탁수수료 총액은 3조3900억원으로 전년(4조1100억원)보다 17.4%나 줄었다.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위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말 70.4%에서 2016년 말 49.3%로 급감했다.
주식거래가 수년째 정체되고 있는데다 투자자 대부분이 비대면(온라인)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 말까지 비대면으로 증권계좌를 만든 고객에게 2025년까지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합병 기념 이벤트로 지난 2월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고객 호응이 좋아 두 달 더 연장했다.
현재 삼성증권(3년)과 KB증권(5년), 한국투자증권(5년) 등 다른 대형사들도 비슷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중소형사들인 케이프투자증권(10년), KTB투자증권(10년), 유진투자증권(5년)도 무료 혜택을 진행한다.
지역 증권사 한 관계자는 “수수료로 인한 수익이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확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로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는 서비스 개념이 됐다”고 밝혔다.
한번 이용하면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프로그램 때문에 쉽게 옮기지 않는다. 초기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전력이다. 위탁수수료가 아닌 주식담보나 신용 대출 등으로 이자수익을 낼 수도 있다.
대형사들은 아직 괜찮지만, 중소형사들은 수수료 인하가 부담스럽다. 위탁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중소형사들은 부업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1월 ‘유언서 보관 및 유언집행 업무’를 신청했고, 케이프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부동산 임대업을, KB증권은 광고대행업을 신고했다.
국내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수년째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위탁매매 수익감소의 원인이다. 증시가 부진하면 투자자의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거래대금이 크게 줄었다. 부진한 수익률에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도 지속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섰다.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기업공개(IPO) 주간, 인수합병(M&A) 자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하는 IB영업이나 WM(자산관리)과 접목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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