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세 거주자 A씨(47)는 3인 가족(배우자, 자녀)으로 총수입이 연 1500만원으로, 현재까지 건강보험료로 매달 7만9000원을 냈다. 이는 소득보험료 6만3000원에 4000만원짜리 전세에 부과되는 재산보험료 1만2000원,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 4000원이 더해진 탓이다. 그러나 내년 7월부터는 건강보험료가 1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전세보증금 4000만원 이하, 자동차 배기량 1600cc 이하에는 재산보험료와 자동차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종합과세소득이 적용된 소득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2. 퇴직자 B씨(43)도 건강보험료를 매달 7만9000원을 낸다. 그는 연소득 424만원, 자녀 3명과 함께 5000만원짜리 전셋집에 거주하고 1600cc 이하 소형자를 보유했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개편으로 소득보험료는 6만3000원에서 4만원 가량으로 줄어들고 재산보험료는 1만2000원에서 7900원 수준으로 하락한다. 4100원을 내야했던 자동차 보험료는 부과에 제외되면서 월 보험료는 4만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내년 7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593만 세대의 월 건강보험료가 평균 2만2000원 내려간다. 그동안 ‘무임승차’ 논란이 일었던 고소득·고재산의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내년 7월부터 1단계 안이 시행되고 4년 뒤인 2022년에는 개편이 완료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편안의 골자는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줄이고 고소득층 지역가입자나 피부양자에게는 건보료를 높이는 것이다.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기준에 포함됐던 성·나이, 자동차 등 평가소득은 없어진다. 이에 따라 한해 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도 5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와 마찬가지로 소득보험료를 산정할 때 종합과세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정해진다.
또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은 최저보험료만 내도록 했으며, 건보료가 올라가는 최저소득층에게는 인상되는 부분은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15년 미만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던 보험료도 인하된다. 1단계에서는 1600cc 이하 소형차(4000만원 미만) 면제, 9년 이상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는 면제된다. 또 1600cc 초과, 3000cc 이하 승용차(4000만원 미만)는 보험료의 30%를 경감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보유한 지역가입자의 98%는 보험료가 월 평균 55% 인하된다.
이와 함께 2단계에서는 4000만원 짜리 이상 고가 차에만 건보료가 부과된다.
고소득·고재산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올린다. 소득 상위 2%, 재산 상위 3%에 해당하는 고소득 사업자가 대상이다. 전체 지역가입자 757만 세대 중 606만 세대가 보험료 혜택을 받는다.
고소득층 직장 직장가입자는 단계적으로 부과를 확대한다. 현재 월급 이외의 소득이 한해 7200만원을 넘어야 추가 건보료가 부과됐다. 앞으로 이 기준은 1단계 3400만원, 2단계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부과하고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월 보험료 상한선도 현실화된다. 현재 본인부담 월 보험료 상한선은 239만원(월 보수 7810만원 초과자 보험료)이다. 이 기준은 2010년 평균보험료의 30배로 설정한 2011년 이후 고정돼 임금상승 변화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그동안 묶였던 상한선을 현실화하고, 향후 보수의 변화와 함께 자동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부과와 관련된 제도 개선사항 심의를 위해 보건복지부장관 소속으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보험료부과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에선 소득파악 실태조사와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득과 재산이 없는 미성년자는 연대납부의무를 원칙적으로 삭제하고, 2008년 이전 체납된 보험료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
이밖에도 건강보험의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위해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시한을 올해 말에서 오는 2022년 말까지 5년 연장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서민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고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기반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건강보험료 개편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하위법령 마련과 시스템 개선 등 후속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세종본부장은 “서민부담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이되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이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앞으로 더욱 든든한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주체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전규ㆍ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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