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맞물려 위기가 가중되는 보수의 참담함이 한국 정치 지형을 기이하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에 의해 파면 당한 대통령의 모습처럼 한국의 보수가 분열되고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상황에서 이 대선정국의 앞날이 매우 궁금하다.
지금 대선구도에서 2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프레임이 5월 9일 투표일까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중간에 다른 변수에 의해서 다시 짜여 질 지 아직은 알 수가 없지만 길 떠난 보수유권자들의 맘을 사로잡고 단합시킬 카드가 있을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라도 먼저 단일화를 이루고 상처받은 보수의 표심을 어루만지는 미래 지향적인 보수의 비전을 세우고 탄핵 정국의 과거를 묻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리 녹록치가 않아 보인다.
탄핵에 대한 본질적인 해석과 대처방법을 놓고도 보수는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
보수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실패할 수는 있어도 정치의 한 축인 보수의 가치는 영원한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마치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을 맞추면서 사회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정국에서 다소 탄핵정국으로 상한 보수의 이미지를 누군가는 다시 세우고 손질하여 지금 이 순간 방황하는 한국 사회를 위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국민 앞에 내어 놓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는 박근헤 정권의 실패지 대한민국 보수의 실패는 아니다.
이 문제는 정권이 누구에게 가더라도 특히나 분단 국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의 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동북아시아에서 북한변수가 이리 커지는 작금의 안보상황에서 건전한 보수의 정립과 역할이야 말로 안정적인 국가의 발전을 위해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보수가 심기일전하여 대선정국에서 미래지향적인 담론을 내어 놓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선거는 그런 것을 하라고 역사가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고려대 연구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