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보험료 부담 큰게 주요 원인
#직장인 최모(43)씨는 얼마 전 생명보험과 연금보험을 해지했다. 6년 정도 보험을 들었지만, 매달 100여만원 정도 드는 보험료를 당당하기 힘들어져 수천만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하기로 했다. 최 씨는 “보험을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가 크다는 걸 알지만,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료가 큰 부담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가계 살림이 힘들어지면서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20조117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이 20조원대를 돌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2002년) 이후 처음이다.
해지환급금은 보험계약자가 만기 전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돈이다. 12조원대를 유지하던 해지환급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7조78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듬해 13조 3666억원으로 다시 준 후 조금씩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5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8조 4651억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2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보험사 수입보험료가 늘어 해지 환급금이 늘 수도 있지만, 경기 부진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손해보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기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14곳의 장기해약 환급금 규모는 10조1285억원이었다. 지난해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가계가 보험료 납입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수치다.
특히 저소득층의 보험계약 해약이 크게 늘었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별 보험가입률의 경우 고소득층(92.9%)과 중소득층(85.4%)은 변화가 없는 반면, 저소득층은 전년대비 14.9% 하락한 60.5%로 나타났다.
해지 이유로는 응답자의 70%가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 ‘목돈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지역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보험 해지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보험료납입을 일시 중지시키거나, 보험료를 줄이는 방안으로 고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해지하면 고객에게 큰 손해다”라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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