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터 프랭클/청아/2005 |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 당신을 위로해줄 유익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권한다. 보통 아우슈비츠를 다룬 책들이 잔혹한 사건을 중심으로 사실적 묘사를 하는데 반해 프랭클 박사는 수용소라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인간을 살아가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지 정신분석이론과 현실을 통해 치밀하고 명확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특히 참담한 현실 속에서 죄수들이 바라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대한 기술이나 가혹한 억압에서 갑자기 해방된 수감자들을 표현한 부분은 문학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진리를 느끼게 한다.
프랭클 박사는 190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그는 빈 대학의 신경정신과 교수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라고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독일 경찰에 체포되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3년을 지낸다. 그도 다른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고통, 두려움, 희망, 절망,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어떤 시대에도 이런 비인간적인 수용소는 없었다. 인간의 ‘악한 심성‘은 어디까지 발현될 수 있을까? 그러나 프랭클 박사는 자신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고 긍정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의 시간은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그는 수용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탐구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가 그곳에 존재함으로써 참혹한 수용소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산실이 되었으며, 수많은 희생자들의 죽음은 인류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값진 자산이 되었다.
이 책은 200여 페이지로 다소 얇은 편이지만 우리가 흔히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인 공포증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얼마나 쉽게 치유될 수 있는지, 심한 말더듬이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그렇구나” 하는 부분을 자주 만난다. 잊지 않기 위해 밑줄을 긋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읽고 있는 책이 나의 것이라면 진하게 밑줄을 긋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의 책이라면 눈으로 밑줄을 긋고, 마음에 기억하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이 책은 이런 부분이 많다. 그래서 70여 년간 변함없이 스테디셀러로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의 시간을 살고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있지만 예상과 똑같은 일은 경험상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렸고 현재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미래도 현재처럼 우리가 원하는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도 일어날 것이다.
우리 앞에 어떤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빅터 프랭클 박사처럼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긍정적 태도를 가진다면, 누구나 아름답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지만(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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