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자료 채집 위한 웨어러블캠 못갖춰
지난달 31일 새벽 1시 38분. 충남 천안 서북소방서에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이 있다’며 한통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은 신속히 출동했고, 의식 없이 쓰러져있는 김모씨(64)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김씨는 병원 이송도중 의식이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던 과정에서 갑자기 구급대원의 목을 가격하고 욕설을 하는 등 폭행과 폭언을 퍼부었다. 서북소방서는 김모씨를 소방활동 방해 혐의로 신고했다.
술에 취해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이지만, 폭행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줄지않은 폭행피해 건수= 대전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에서만 32건의 구급대원 폭행피해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6건, 2012년 2건 등이었으나 2015년 9건, 2016년 7건 등 피해자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
32건 가운데 이송환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한 경우가 30건이었으며, 제3자에 의한 폭행도 2건이었다. 음주 후 폭행이 대부분으로 26건이 음주폭행이었으며, 단순폭행 2건, 폭언 등이 4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처벌결과다. 32건의 폭행사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2건에 불과했으며, 집행유예 3건을 제외하면 벌금형(20건)과 기타(7)처벌 등 처벌 수위가 약하다.
소방기본법의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행 및 소방활동 방해죄’는 형법의 ‘공무집행방해죄’ 보다 처벌이 더 무거워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200만~300만원의 낮은 벌금형만을 선고받는 경우가 상당수다.
대전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마저도 무관용 원칙에 의해 폭행을 할 경우에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처벌 결과가 기본법의 규정된 내용과는 상이하게 낮은 경우가 상당 수”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대책마련 필요= 시 소방본부는 현재 모든 구급차 내에 CCTV나 녹취장비 등을 비치하고 있고, 구급대원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거나 구급차의 기물파손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증거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구급차 내가 아닌 구급차 밖에서 폭행을 당할경우에는 증거자료를 채집할 수 있는 ‘웨어러블캠(wearable-cam)’은 아직까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웨어러블캠은 구급대원의 근무복이나 헬멧 등에 부착하는 소형카메라를 말하는 것으로, 이미 전국의 상당수 광역자치단체는 웨어러블캠을 도입하고 본격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웨어러블캠을 도입한 지자체는 충남, 경기, 강원 등 10곳이었으며, 대전과 충북, 광주 등 7개 지자체는 웨어러블캠을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았다. 강원도의 경우 전략적으로 웨어러블캠을 도입해 414대로 가장 많았다.
웨어러블캠은 증거수집 효과도 있지만, 구급대원 폭행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일부 웨어러블캠은 불편하다는 호소가 있어서 구급활동에 저해를 받지 않는 범위내에서 충분한 검토를 통해 도입할 예정”일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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