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하면 단골손님 끊길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일수록 심각
#유성구 관평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달 인근 건물로 영업장을 옮겼다. 주인과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갈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다가 결국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주인이 보증금 5000만원과 월세 100%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대아웃렛 입점 등 개발 호재가 있으니 더 받아야겠다는 게 주인의 요지다.
A씨는 “수익도 많아 떠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근으로 이전한 건 4년 가까이 영업하면서 확보한 단골손님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인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개발 호재에 따른 상가 주인들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 요구 때문이다.
대전에서는 현재 유성구 관평동 현대아웃렛과 도룡동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갑천친수구역, 유성복합터미널,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을 비롯해 곳곳에 재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찬반논란으로 갈등이 많아 정상 추진을 장담할 순 없지만 ‘개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돈’은 그렇지 않다.
관평동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측이 압박하고, 대전시가 적극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돈의 흐름에 민감한 이들은 이미 관평동 전체를 주목하고 있다.
상가를 임대해 장사하는 자영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A씨는 “사실 (현대아웃렛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다는 생각에 대부분은 장사가 더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당수는 벌써부터 상가주인들의 임대료 인상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관평동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새로 계약하거나, 임대기간 만료를 앞둔 대부분의 상가 월세가 50% 정도 올랐고, 거래도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완공 예정인 유성구 구암동 유성복합터미널 인근도 비슷하다.
봉명동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터미널과 유성∼세종 BRT도로 연결, 도로 확장공사 등 도안신도시와 봉명동, 학하ㆍ덕명지구 등으로 부동산시장은 커지는 만큼, 기존 영세상권들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와 억울한 호소는 개발사업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며 “주인도 중요하지만, 임대한 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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