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야 끊임 없이 있어 왔겠지만 모든 것을 국가나 공공기관이 다 해결해 주기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개인의 영역에만 국한 하지 말고, 지역과 마을이 함께 나서면 어떨까? 마을은 더불어 살며 삶을 건강하게 하는 기운을 갖고 있다. 마을하면 대청마루와 나지막한 담장이 생각이 난다. 대청마루와 담장을 넘나들며 삶들이 어우러져 내 것 네 것 주장하지 않고 함께 나누고 누리고 돌보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요즈음에 마을에 대한 관심이 대세다. 관 주도적으로 마을 지원 사업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마을은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자락을 내 놓으며 다른 삶을 보듬어 안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건신대학원대학교와 예뜰순복음교회와 지역의 엄마들이 함께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의 의미를 되살리는 실험을 하는 중에 있다. 기관에 아이를 맡기는 대신 지역에서 아이를 함께 키워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교회가 영유아실을 제공하고 건신대의 대안교육학과가 거들고,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키우는 대청마루의 공동육아가 시작되었다. 기관에 아이를 맡기지 않는 부모들이 찾아오면서 주된 멤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홀로 아이를 붙들고 씨름하던 엄마들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면서 무력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즐겁고 유익한 육아를 경험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일은 바로 옆 건물에서 진행되던 건신대의 대안학교인 신나는 배움터 두런두런의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대청마루의 또 다른 교육의 효과가 일어난 일이다. 두런두런 학교는 교육청의 위탁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업중단 위기의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학업을 이어가도록 돕는 학교이다. 이 곳의 청소년들이 어느날 우연처럼 교회 마당을 사이에 두고 공동육아의 꼬마들을 만나 서로 놀기 시작하더니 서로 보고싶어 찾기를 반복한 후에, 급기야 함께 마을지도 만드는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돌입했다. 청소년들이 꼬마들을 데리고 마을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놀이터를 찾아보는 일이었는데 사진도 찍고 먹기도 하며, 재미있게 놀며 마을 지도가 완성되었다. 함께 동참했던 부모와 교사들은 의외의 교육적 효과에 무척이나 고무되었다. 두런의 청소년들은 꼬마들과 함께 함으로 자신감과 존재감을 경험하였고, 꼬마들의 부모들은 꼬마들이 즐겁게 놀면서도 청소년들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는 교육적 장치들을 고민하고 만들어낸다. 부모, 꼬마들, 청소년들을 아우르는 세대통합 교육 프로젝트는 세대 공동체를 이루어내며 마을의 개념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주체가 되는 자발성과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수이다. 아이들이 있는 마을과 그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와 지역의 상생은 우리의 미래의 건강한 모습을 기대하게한다. 마을과 학교, 지역의 자원들이 힘을 합하여 아이들을 돌보는 교육공동체를 꿈꿔 본다.
전용란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