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라 나무의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연필, 종이, 가구 등 1차원적인 생활용품에서 확장된 나무 활용법은 이미 수년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산림복지가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3월부터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산림복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1960년부터 진행돼온 치산녹화사업은 중장기에 접어들었고, 앞으로는 산림을 활용한 복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산림청의 굳은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산림복지법은 유아부터 노년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또 장애인과 저소득층과 같은 소외계층에게 산림시설 이용을 적극 권장하며 산림 치유와, 체험을 통해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중 산림치유는 질병의 치료가 아닌 건강과 면역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숲 힐링이다. 경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치유를 실행한 결과, 우울 수준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작년 산림복지 수혜인원은 3427만 명이었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가 산림복지 혜택을 누렸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복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수요에 비해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시설 조성과 복지서비스 제공자 역량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산림복지’는 궁극적으로 나무와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산림의 무한한 가치가 담긴 21세기형 키워드인 셈이다.
나무와 숲을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 바로 수목장이다.
국토가 비좁은 국내 현실에서 장묘문화는 언제나 화두였다. 시신을 매장하는 전통 장례문화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면서 수목장 수요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수목장은 장지시설을 혐오시설로 오인하는 국민들의 시선을 바꾸기에도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국내에서 수목장은 갈 길이 멀다.
화장률은 60%를 넘어섰지만, 수목장 수요보다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개인 사유지 수목장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립수목장림이 전국에 1곳 있지만,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산림청은 최근 늘어나는 수목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국유림과 산림 보호구역 내 수목장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수목장 시설이 대폭 늘어야 한다. 매장과 납골문화는 앞으로 지양될 수밖에 없다. 풍성한 산림지역을 장지로 사용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국공유림 50~100ha에 대형 수목장림을 조성해 수목장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춰 수목장과 자연장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스위스는 화장률이 70%라 수목장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기존 나무가 아닌 새 나무를 심어 1석2조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아낌없이 준다는 문구 그대로 나무는 인간의 모든 생애와 함께하고 있다. 4월5일은 제72회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는 일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해미 기자 ham7239@<끝>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