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역사 우롱하지 말고 표지석 즉각 철거 요구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으로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치와 거부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30여개 시민단체들은 4일 세종시청 표지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춘희 시장과 대통령 기록관은 대통령 친필 표지석을 즉각 철거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세종시에는 시청과 대통령 기록관 2곳에 박 전 대통령의 친필이 거대한 돌판에 새겨져 표지석으로 있다”며 “많은 시민들은 이것을 세종시민의 수치이며 부끄러워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표지석을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38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행동본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시청 표지석에서 발족식을 열고 표지석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이후 세종 호수공원 무대섬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자발적으로 표지석 철거를 요구했고, 시민들의 서명 원부를 시청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시는 시민들의 여러 차례 요구에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여론에 기대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시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체는 이춘희 시장이 탄핵 직후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의 흔적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역사의 표지석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입장을 달리했다.
이들은 “박근혜는 중대범죄자이며, 그 친필 표지석은 즉각 철거돼야 할 적폐청산의 상징물”이라며 “이미 시민들은 충분히 그 뜻을 전달한 바 있고, 이 시장은 더 이상 ‘여론’을 운운하며 시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말했다.
단체는 박근혜 친필 표지석은 기록으로 남겨야 할 역사의 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지난달 15일부터 진행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기록물의 대통령기록관 이관작업을 더 해 이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박근혜 일당의 죄상을 밝혀내 국가의 기틀과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지금, 대통령기록물 지정권자에 대한 초법적 지목과 함께 통상 6개월 걸리는 기록물 이관이 2개월여 만에 마무리 지으려 한다”며 졸속 행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기록관은 역사적 기록물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망발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며 “박근혜 친필 표지석은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적도 없고 그럴 만한 가치도 없다”고 비꼬았다.
또 “대통령기록관은 더 이상 궤변으로 시민들과 역사를 우롱하지 말고, 세종시민들이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기관을 자리 잡기 바란다”며 “기록관 앞마당의 박근혜 친필 표지석에 대한 즉각 철거는 그 출발선이 될 곳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세종=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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