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시작 ‘사람도서관’…규모 키우며 ‘시선 집중’
대전 유성구는 도서관에서 책뿐 아니라 ‘사람’을 빌려준다. 사람 한 명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생각해 ‘사람 도서관’을 운영한다. 사람이 ‘책’이 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와 대화를 통해 여러 정보와 영감을 준다.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도 던져 버리게 만든다. 사람 중심의 행정을 지향하는 유성구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다. 유성구평생학습원의 ‘사람도서관’을 들여다본다.
▲‘사람책이 뭐?’…대전 첫 사람도서관 운영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창안한 ‘휴먼 라이브러리(Human Library)’는 책을 빌려 읽듯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편견 해소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커다란 틀에서의 철학과 형식을 빌려와 우리의 방식대로 정착 중이다. 에버겔이 정한 사람도서관의 3대 특징은 여전하다. ‘무형식성’, ‘다양성’, ‘저예산, 고효율이’ 그것이다. 유성구평생학습원은 지난해 4월 처음 휴먼도서관을 도입해 현재까지 총 100여 명에게 30여 명의 사람 책을 제공했다. 대전 평생학습 기관 중에선 처음으로 시도됐다. 순수 재능기부로 예술, 여행, 과학, 자녀교육, 역사, 방송 분야 등 다양한 사람책이 활동 중이다. 사람책을 마주한 독자는 책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나아가 직접 조언을 듣기도 한다.
▲진로ㆍ창업ㆍ육아 등 사람책에게 맞춤 조언받아
지난해 9월 예술분야 사람책과 대화를 마친 한 어머니가 음악을 전공하는 자녀와 함께 사람책 이상철 예술기획자의 만남을 신청했다. 대화 초반 시큰둥했던 대학생 자녀는 사람책과 대화를 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진로를 정할 것인지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난해 6월에는 두 휴학생이 디자인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책 오치규씨와의 만남을 가졌다. 창업을 하기 위한 앱디자인 분야 조언을 구하기 위해 사람책을 신청했다. 두 학생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답답했던 궁금증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200% 만족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은퇴 과학자인 오기환 사람책은 지난해 10월 다문화가정 중학생과 이 학생의 멘토를 맡고 있는 대학생과 만났다. 멘토 대학생이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상담을 위한 만남을 신청했다. 이날 만남이 끝난 후 대학생은 “오기환 사람책이 본인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학생 진로고민이나 다문화 학생으로 사는 삶에 대해 공감해주는 것에 감동받았다”며 “청소년의 미래 준비 가이드로서 역할을 잘 해줘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도서관 책 빌리듯 간편하게 신청 가능
유성구 사람도서관은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책을 소개하고 만남을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책 중 독자가 만나고 싶은 사람책을 신청해야 하는데 매월 사람책 활동이 가능한 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교육과 관련된 내용부터 사람책의 정보를 확인한 후 만남을 신청할 수 있다. 참여대상은 초등고학년부터 성인까지로 해 대상을 열어뒀다.
지난해 홈페이지 회원가입 후 온라인상에서만 가능했던 신청을 올해는 전화나 방문접수를 허용해 독자의 편익을 챙겼다. 만남은 1인 이상이 신청해야 개설되며 때에 따라 일대일 혹은 일대다의 형식으로 이뤄진다. 기본 1시간가량 대화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 시간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작은도서관 조성 등 평생학습 선도도시
유성구평생학습원은 사람도서관 이외에도 다양한 평생학습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성구 곳곳에 위치한 공공도서관 6개와 평생학습센터 2개, 작은도서관 8개 등 주민 생활 가까이서 평생학습을 지원한다. 내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원신흥동 공공도서관을 조성 중에 있으며 올해 중 유림공원에 문학마을작은도서관이 문을 연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학습을 배우고, 삶의 질을 높여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도시와 도시 주민이 함께 성장 발전하는 ‘평생학습도시’ 구축을 위해서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01년 전국 최초의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학습원은 브랜드 ‘egg배움알꾸러미(교육(Education)ㆍGrowing(성장)ㆍGiving(기부)’를 만들어 학습을 통한 성장, 나눔을 실천하는 선순환 학습문화조성을 위한 단계별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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