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교육문화부 기자) |
대전 문화계에서는 3월 한달 안중근 의사의 순국을 기억하기 보다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닮은 뮤지컬 ‘영웅’이 화두에 올랐다.
대형 상업 뮤지컬 ‘영웅’이 대전시 주최 ‘청년연극제’의 기획공연에 올랐기 때문이다.
시는 지역 청년 연극인을 발굴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터를 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청년연극제’와 조국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치는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웅’ 뮤지컬을 기획했다.
취지에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연극제 예산이 마련되기도 전에 대형 상업뮤지컬 ‘영웅’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았다.
대전예당 공연장의 대관 제공의 경우 지역 연극을 큰 공연장에 올리는 기회를 대전시가 주는 것이지만, 결국 이를 이용해 대형공연을 유치한 대전연극협회의 섣부른 판단이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시민연극페스티벌을 올해 청년연극제로 변경해 지역청년 연극인들의 발굴을 하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대전시와 공동주최를 맡은 연극협회가 권한을 가지며 기획사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여기에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권선택 시장의 역점과제 중 하나인 청년 정책에 맞추기 위해 내놓은 성과내기식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을 선택한 대전시의 뒤늦은 대안도 공연계의 비난을 샀다.
확정되지 않은 사업을 진행하는 시의 원칙없는 행정편의주의와 뒤늦게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결국, 관리감독할 시는 대전연극협회가 자의적으로 벌인 것이라는 입장으로 뒷짐을 지었고, 공동주최를 계획했던 연극협회 역시 그동안 행해왔던 관행이라는 이유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오히려 대전시도 수난이고 나라를 구한 영웅도 수난인 꼴이 된 셈이다.
人無遠廬 難成大業(인무원려 난성대업),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안중근 의사의 명언이 오는 5월 청년연극제를 앞두고 있는 대전시가 기억해야 할 말일 듯 싶다.
박수영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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