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성 사회부 기자 |
대전시 공원녹지과 소속 모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전화의 요지는 “왜 이렇게 기사가 편파적이냐. 기자가 공정해야지 그렇게 쓰면 되냐. 중도일보 논조만 다른 회사랑 다르다”라는 항의였다.
찬반이 뚜렷한 문제를 취재하다보면 으레 겪는 일이고, 사업을 시행해야하는 시 주무부서의 입장이니 이해하려고 했다.
다만, 다른 회사랑 논조가 같아야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항의는 받되 문제 제기하려는 부분을 이야기하시라고 했다. 편파적이라고 본 이유도 물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나온 이 공무원의 대응은 당황스러웠다. 기사의 제목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맨 처음 항의한 기사의 제목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개발, 민간특례 사업뿐인가’였다. 대전시로서는 지역 내 장기 미집행 공원이 많아 재정으로 모두 매입하기 어렵고, 공원면적 중 30%를 민간에 개발 권한을 줘 70%라도 제대로된 공원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시의 처지라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다.
사업을 반대하는 진영 측이 논리로 내세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배경도 담았다.
다시 지난 기사를 문제시한다. 토론회에서 나온 자신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주장이다. 당초 이 토론회에 시는 참석치 않기로 했었고, 새로운 내용 없이 양측의 공방으로 뻔히 예상됐다. 이 때문에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방식으로 풀어봤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이 공무원이 기사의 내용을 떠나 연장자라며 기자를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고, ‘장유유서’를 논한 것이다.
젊은 사람이 어른 말씀에 따박따박 대꾸한다는 식의 빈정거림도 들었다. 동네 어른과 아이 간 대화가 아니다. 시의 주무 부서 관계자와 언론사 출입기자로서의 공적인 전화다. 심지어는 부모님과 잘 아는 사이라며 훈계(?)한다. 황당했다. 기자의 공정성을 논하면서 어른으로서의 지위를 내세우고 사적 관계를 들먹인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개진할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부모님의 지인 말이면 뭐든지 잘 잘못을 따지지 말고 납득하라는 이야기인가.
물론 해당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사업을 둘러싼 찬반 입장에 낀 처지에서 받는 괴로움은 이해한다. 2020년 7월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주무부처로서 사업을 시행하려는 불가피함도 안다.
그러나 사업의 필요성과 절박함을 설파하는게 아닌 다그치고 무례한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출입기자에게조차 이럴진데, 사업 추진을 위해 설득하고 이해시켜야할 환경단체나 일부 주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 지 우려스럽다. 상대를 존중할 때 대화가 가능하고 설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인데 말이다.
강우성 사회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