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더민주 경선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
이인제, 정운찬 카드로 충청 호소에 충청민 상실감 커져
‘충청대망(大望)론’이 ‘대망(待望)론’을 거쳐 ‘대망(大亡)’으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충청 상실감이 번지고 있다.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반기문 충청 대망론’이 대선 일정이 확정되기 이전에 거꾸러지면서 충청인의 상실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충청 보수 정치권은 대혼돈에 빠져들었다. 아직 대체재가 없다는 게 더 큰 상실감이다.
출향단체인 충청향우회와 충청포럼, 백소회, 충북향우회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다짐했건만, 반 전 총장은 누군가에 쫓기듯 ‘필드’에서 퇴장했다.
‘반기문 퇴장 효과’를 가장 많이 본 충청 주자는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다. 한 자리 수에 머물던 안 지사는 대연정과 선의 논란, 사드배치 찬성 등 중도 우파 성향의 카드를 들고 반 전 총장의 공백을 메웠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의 충청 대선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안 지사는 한 달여 가량 ‘독주’ 체제를 했다. 더민주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한 자리 수 까지 격차를 줄이는 등 선전을 거듭해왔다.
최근엔 힘이 부치는 양상이다.
또 다른 충청대망론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번에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영 성남시장은 연일 안 지사의 정체성에 맹폭격하는 형국이다.
지사를 지지하는 더민주의 한 충청의원은 “영호남은 동향 출신의 정치인이 나오면 공격 대신 서로 챙겨주고 위해주는 분위기가 강한데 충청은 이러한 전략적인 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자책했다.
안 지사 측도 충청에 매몰할 경우, 또 다른 지역주의 재연이라는 우려감을 표해 듣기에 따라서는 충청이 서운하기 충분할 정도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좋은 말로는 균형 감각이나 충청은 영호남처럼 전략투표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캐스팅 보트라는 말을 안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청 대선주자로는 자유한국당 본선에 올라와 있는 이인제 의원과 무소속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다.
이 전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를 추격하는 양상이고, 정 전 총리는 ‘빅텐트 후보’로 제3지대에 남아있다. 그러나 지지율이 극히 저조한데다 각 언론사가 대선주자 후보로 이름을 올려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다만, 서울대총장과 총리를 지낸 이력과 동반성장론 등 ‘화려한 스펙’에 장외 기대주다.
충남 금산 출신의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평론가)는 “충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반 전 총장을 비롯한 유력 후보가 선거판을 떠나 충청의 상실감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주영 기자 ojy8355@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정운찬 전 총리가 지난 17일 열린 충청 출향인사들의 모임인 '백소회'에 참석했다.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