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여 년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둘러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대덕특구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자발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주위 요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문턱을 대폭 낮춘 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다.
원자력 안전 문제 논란으로 소통의 벽을 허물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다.
대덕특구 안팎에선 출연연 중 지역과 소통을 위한 전담 조직이 만들어진 첫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언론홍보팀’에 해당하던 조직을 소통 협력부로 승격하고 산하에 ‘지역협력팀’을 만드는 등 기구를 바꿨다.
원장은 새로 부임한지 이틀 만에 권선택 대전시장을 만났다.
이는 주민ㆍ지자체와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그 실효성에 대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원자력연구원은 여론의 압박에 의해 문을 개방한 경우다.
자발적인 요구로 문을 여는 사례도 적지 않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지난 2015년 담장을 허물고 근처 대학 충남대와 오솔길을 만들어 물리적 소통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05년 연구원 안과 밖을 나누던 콘크리트담을 철거했다.
한국화학연구원(KRICT)은 지난 1월 연구원 정문에 과학자ㆍ기업인ㆍ시민ㆍ학생ㆍ예술인 등 누구나 방문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과학문화공간 ‘Space C#’ 신개념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화학예술 전시ㆍ화학체험교육ㆍ시민참여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며, 다양한 사람들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것으로 화학연은 기대하고 있다.
현장 과학자가 시민을 상대로 여는 과학강연도 최근 부쩍 늘었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지난해 ‘인간과 알파고와의 승부’, ‘장하석 캠브리지대 교수 인문학 강의’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했으며, 다음달 13일부터 ‘Big history’를 주제로 박문호 ETRI 박사의 지구과학관련 강의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대전시는 지난 2015년 2월 ‘대덕특구-대전 상생협력 발전협의회’를 만들어 특구 내 연구소와 소통 중이다..
20여 명의 출연연과 대전시 관계자가 분기별로 만나 과학대중화, 지역사회문제해결, 지역기업지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각종 프로그램 교류가 각 출연연의 실적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제기된다.
학생 등 극히 제한된 계층이 주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그 연구원 이름만을 봐서는 어떤 일을 하는 지를 모를 정도로 인근 유성구 주민들에게도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대덕특구의 현 주소다.
시사평론가 신천식 박사는 “대덕특구와 대전시의 교류 차원을 넘어 대전 시민들이 자긍심을 느끼려면 출연연이
앞장서 인근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해 주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