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제공 |
아모개는 대대로 종노릇을 하는 '씨종' 출신이지만, 부인을 죽인 주인의 목을 낫으로 베어 일종의 '반란'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날 때부터 엄청난 힘을 가진 아들 길동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하게 변해가는 모습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MBC M라운지에서 '역적' 김진만 감독, 배우 김상중과 함께 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역적'의 시작부터 중반부까지를 이끈 '아모개'와 그를 연기한 배우 김상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아직도 아모개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다.
김상중=저는 늘 드라마를 끝을 내면 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 때문에 끝나면 캐릭터를 거의 잊는 편이었다. 다시 흰 도화지를 만나는 그런 상태로 있다가 또 다른 캐릭터 만나면 또 색칠하는 게 저의 루틴이었는데, 드라마 속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계속 잔상이 남아있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배역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글이나 재방송을 보거나 아이들('역적' 젊은 배우들)과 통화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젖어드는 그런 것도 아직은 있다. 아직도 아모개라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아모개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김상중=우리는 살면서, 호흡을 하면서, 공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아모개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아버지로서의 모습, 남편의 모습, 가장의 모습 등은 너무 소소한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인데, 아모개를 통해서 그런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 저게 아버지지. 남편이지. 한 가정의 가장이지' 하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아모개에 대해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많이 울고 웃고 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진만=작가와 연출이 처음 구상한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아주 깊고 큰 울림통으로 표현해 내신 것 같다. 아모개 역 캐스팅을 할 때 제일 큰 원칙 중 하나가 '반드시 주인공을 했던 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중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는 사람, 멜로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도 있었다. 머릿속에만 희미하게 있었던 (캐릭터를) 배우가 완벽하게 '아모개'라는 '인물'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모개를 떠나보내느라 굉장히 가슴앓이가 심하다. 김상중 씨에게도 카운셀링(심리 상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그만큼 아모개와 혼연일체 되어서 연기하셨고, 그덕에 초반에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받았던 것 같다.
▶아모개가 꼽은 명장면과 명대사는.
김상중=어느 한 장면 허투루 찍은 장면이 없을 정도로 모든 장면들이 다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장면을 다 힘들여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찍었다. (대본 중에서) '조참봉의 목을 따고 나오는 아모개의 얼굴이 백짓장 같았다'는 부분이 가장 고민이 많았다. 목을 따고 나오는 장면을 먼저 찍고 그 과정을 한참 후에 찍었다. 복수에 대한 통쾌함, 금옥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공허함, 쓸쓸함 등을 표현했었지만 (촬영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나중에야 그 감정을 실감했다. 낫으로 조참봉(손종학 분)을 죽이고 나왔을 대의 제 표정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명대사는 다 주옥 같지만, 제가 길동이하고 하는 대사 중 그런 게 있었다. '저들은 구린내가 많기 때문에 그 구린내를 숨기기 위해 한패가 되는 것이여' 하는. 요즘 시국과 너무 맞물리는 것 같아서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상중=묘하게도 (야외 촬영 때) 그렇게 추웠던 적이 없었다. 정말 괴로웠던 순간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이동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제 차가 (드라마 시작 때) 1만 3천㎞에서 시작했는데 지금 거의 4만㎞를 찍었으니. 정말 한 발짝 떼면 강릉이고, 한 발짝 떼면 하동이고 순천이고 이럴 정도로 정말 많이많이 다녔다. 그 시간들이 참 귀한 시간들이었고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조참봉 부인 역을 맡은 서이숙 씨와 대립하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연기호흡은 어땠나.
김상중=감독님은 어떤 경우에서도 대본 연습을 한다. 현장에 모여서 대본 연습하고, 리허설하고 완벽하게 호흡 주고받으면서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 정도만 했지 특별나게 개인적으로 만나서치열하게 리딩하진 않았다. (서이숙 씨가) 워낙 내공이 출중하다 보니 액션과 리액션으로 주고받으면서 명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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