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20년특집]삼진정밀, 밸브 하나로 ‘땅속에서 우주까지’

  • 경제/과학
  • 기업/CEO

[IMF20년특집]삼진정밀, 밸브 하나로 ‘땅속에서 우주까지’

  • 승인 2017-03-14 11:00
  • 신문게재 2017-03-15 3면
  • 문승현 기자문승현 기자
▲ 정태희 대표.
▲ 정태희 대표.


상하수도 밸브 기술로 우주발사체 납품 성공

무차입경영, 직원 합심으로 IMF위기도 극복해내


지역 강소기업 ㈜삼진정밀(대표 정태희·59)은 땅속을 뚫고 우주로 나아간다. 상하수도 밸브 제조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나로호 우주발사체에도 밸브를 납품했다. 나로호에 쓰인 밸브는 ㎠당 500㎏의 무게를 견딜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밸브 관련 200여 건에 달하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삼진정밀이라야 가능한 도전이었다.

26년 전인 1991년 직원 2명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삼진정밀은 상하수도용에서 산업용 특수밸브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연매출 1000억원대 강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회사 설립 전후인 30대 초반 정태희 대표의 삶은 고단했다. 서울지역 대학에서 마케팅과목을 가르치다 집안사정으로 대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당시 고무대야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을 도왔다.

3년여 먼지구덩이 같은 공장에서 맨손으로 고온의 고무대야를 만들어 손수레에 싣고 배달을 다녔다. 정 대표는 “그때 내 모습은 넝마주이와 다를 바 없었다”고 회상했다.

고된 일에 지쳐갈 즈음 밸브기술자 황경서씨(64·현재 삼진정밀 고문)를 만나 삼진정밀 설립에 뜻을 모았고 밤샘 연구로 밸브제품을 만들어 내다팔았다.

첫해 매출은 4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성장을 거듭해 5년 뒤 그 100배인 4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1997년말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외환위기도 ‘무차입경영’과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이겨냈다.

삼진정밀의 연구개발 의지는 유별나다. 대전 대덕구 본사에 3층 규모의 독립적인 연구소에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연구분소를 두고 30여 명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대구경까지 컴퓨터 제어설비를 통해 제조하고 있으며 일반 검사장비뿐 아니라 영하 196도에서 밸브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와 3차원 치수측정장비 등을 활용해 신뢰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자회사인 ㈜삼진JMC는 삼진이 보유한 설계·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삼진정밀에서 분사해 오일가스에 사용되는 밸브를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삼진정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품 몇개 만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해외사업에 참여했다고 할 게 아니라 상수관로사업이나 하수처리장 건설사업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국책연구과제를 통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물리적인 방법에 의한 조류제거 연구는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증화 사이트를 선정해 5000t 규모의 설비를 운영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지만 이럴 때야말로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 삼진기술혁신센터.
▲ 삼진기술혁신센터.
▲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KSLV-II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밸브를 영하 196도에서 검사하는 모습.
▲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KSLV-II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밸브를 영하 196도에서 검사하는 모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