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피해 다니고 신발 갈아신으며 흔적 안 남겨
경찰 “초저녁 불을 켜 놓거나, 창문 잠금 잘해야”
지난달 15일 오후 8시 대전 서구 괴정동 한 도로에서 멀찌감치 차를 멈춰 세우고는 한 남자가 건널목을 건넜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피며 100m 정도를 이동했다. 걸으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곤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20여 분 그가 다시 골목에서 다시 뛰어나와 차를 몰고 사라졌다.
그날 이 빌라 4층 한 집에서 현금 60여만원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가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12일이 흐른 지난달 27일 사건 용의자 40대 남성 A씨를 붙잡았다. A씨의 차량과 수중에는 훔친 현금과 물품 3000여 만원 상당이 있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9일 상습 침입 절도 혐의로 A씨(48)를 구속했다.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수법으로 2013년부터 최근까지 대전의 빈집에서 53차례에 걸쳐 현금과 귀금속 등 1억 4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주로 초저녁 불이 꺼져 있고, 창문이 닫혀 있지 않은 빌라 2∼4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자신이 지리를 잘 아는 대전 지역을 무대로 삼았다.
그는 4년 넘게 대전을 누비며 절도 행각을 했지만, 주로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골라 다녀 경찰에 쉽게 잡히지 않았다.
CCTV에 찍히지 않으려 범행 직전에 옷을 갈아입고, CCTV가 설치된 곳에서는 빠르게 뛰어 이동하기도 했다.
또 발자취를 남기지 않으려 신발을 여러 차례 갈아 신거나 범행 장소에 들어가기 전 발자취를 지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53건의 범행 가운데 같은 발자취가 8번밖에 나오지 않은 이유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A씨는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절도 행각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훔친 현금 가운데 3000만원을 확보하고,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이두한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빈집털이는 주로 1∼2층에서만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A씨는 절반 가까이 3∼4층 주택을 털었다”며 “외출 때는 불을 켜고 나가거나, 나갈 때 창문을 꼭 잠가야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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