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숙현 한밭도서관 열람담당 |
이 책은 저자가 네덜란드 주재 영국 대사로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로 1774년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영국 상류사회에서 교과서로 사용할 만큼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서양의 필립 체스터필드가 아들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관료 양반들이 지방 임지로 발령받았거나 조선후기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처럼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자식에 대한 사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첫 장에서 18살 아들에게 “앞으로 2년간은 너의 인생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기이다. 앞으로 2년 동안 학문의 기반을 쌓아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우기 적당한 젊은 시절에 지식을 비축하라는 내용으로 흔히 말하는 때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편지내용 곳곳에 학문과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저자는 “지식은 회중시계처럼 은밀히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것으로 족하다. 자랑하고 싶어서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호주머니 속에서 꺼내 보이거나 시간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시간을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대답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서이다보니 관심을 갖게 되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자는 사회인이 된 다음에 필요한 독서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째,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었을 때에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정보를 수집하는 편이 낫다고 했으며, 둘째, 가능한 한 무익하고 무용한 책은 더 이상 읽지 않으며, 셋째,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여 그와 관련된 책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읽어야 되며 이러한 사항을 염두에 두고 실천한다면 하루에 30분의 독서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을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실생활에서 활용해야 그것이 바로 참된 지혜라고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은 학문과 사회생활, 예의 등 삶과 밀접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언급하고 있으며 사람사귀는 법, 어떠한 경우라도 적으로 만들지 않기 등 본인의 실수를 포함한 경험담 등 구체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있다. 만약에 지금까지 살아온 수십 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20세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해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저자는 20세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하는데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정된 고민과 생각으로 남은 삶을 살다보면 훗날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는 아들이 청구서 한 귀퉁이에 조잡하게 쓴 볼품없는 서명을 보고 “서명은 문서상으로 그 사람을 대신하는 표시로 서명할 때에는 다른 문자보다 약간 크게 써야하고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을 보며 아들이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짚어주는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어제가 부도난 수표라면 내일은 약속어음이지만 오늘은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준비된 현금”이라며 저자는 현재의 일에 정신을 집중하고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기를 강조하고 있다. 3월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한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로 항상 생각되어진다. 신학기 시작도 그렇고 따뜻한 기운으로 새롭게 마음을 다잡게 되는 이 봄에 준비된 현금인 오늘을 값지게 써야 되겠다.
▲ 아버지의 말/필립 체스터필드/탐나는책/2017 |
신숙현 한밭도서관 열람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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