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준비해온 바닷길 하늘길 모두 먹구름
#1. 중국과 500만 달러 규모의 합작 사업을 추진하던 천안 A기업. 51대 49 합작투자 절차를 마쳤지만 지난 8일 중국 파트너사로부터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2. 중국 내 전문 설비공사에 참여 중인 아산 B기업. 엔지니어들의 비자가 종전 3개월에서 갑자기 1개월로 줄었다. 그나마 6개월에 비자발급은 2회로 제한돼 인력수급이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충남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경제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드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관광은 물론 지리적 여건으로 대중국 수출에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충남의 주력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충남도와 지역경제계에 따르면 사드 보복전이 격화되면서 관광, 수출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우려가 커지지만, 정부대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당장 발등의 불은 민간 관광업계에 집중됐지만, 오는 6월 충남 서산 대산항과 산둥성(山東省) 룽청(榮成)항을 오갈 국제여객선 취항과 서산비행장 민항유치까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이 경우 지난 수년간 충남이 환황해권 공동번영을 위해 공들여온 바닷길과 하늘길 모두가 제구실을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산 대산항-룽청항 국제여객선은 승선인원 1000명의 2만t급 한성카페리가 이르면 오는 6월 취항해 주 3회 운항할 예정이다.
룽청까지는 항로 339㎞로 중국까지 최단거리 노선으로 연간 관광수입 570억원, 고용유발 400명 등이 기대되지만, 제주 항로까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정상운행 장담이 어려워졌다.
올해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에 들어간 서산 군 비행장 민항유치도 사드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엉뚱한 피해가 우려된다.
서산 민항은 제주와 부산 등 국내선과 중국, 일본의 국제선 취항을 대상으로 타당성이 조사하고 있지만, 민항유치의 핵심은 중국노선이기 때문이다.
미래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018년 기본계획수립, 19년 여객터미널 건설 등 후속 작업의 국비확보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대중국 전지기지 역할을 해온 충남의 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충남은 지난해 중국에 241억 달러를 수출하고 27억 달러를 수입해 21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었다. 수출액 가운데 36.5%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대중국 무역수지흑자(수출 1244억달러 수입 869억달러) 375억달러의 57.1%에 해당하는 것으로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충남의 대중국 수출은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를 이뤄왔다.
한형기 충남북부상의회장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충남기업들은 사드문제가 자칫 한중간 치킨게임으로 변질할지 우려하고 있다”며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이미 건의했지만, 정부차원의 대책이 하루속히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포=맹창호기자 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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