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ㆍ성평등 조례 개정 등 번번이 좌절
대전시가 추진하는 인권정책이 중심을 못 잡고 행정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추진하려다 중단한 인권조례 시행규칙 제정을 비롯해 성평등 조례 개정, 학생인권조례 등이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입법예고한 ‘대전시 인권 보호 및 조례 증진 시행규칙’ 제정이 일부 시민과 종교단체의 반발로 유보됐다.
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제정을 미루겠다고 앞서 입장을 밝히고 여론 형성을 위한 활동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시 인권위원회에 시행규칙 유보에 대한 경과를 설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에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도 못했을뿐더러 시 시행 부서에서는 권선택 시장의 특별한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근 충남도가 먼저 비슷한 국면을 맞이한 것을 지켜보며 추진 방향과 태도를 정할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시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에 대해 종교단체 등의 반대 의견 250여 건이 전달됐으며 이에 압박을 느낀 시는 시행규칙 제정을 연기했다. 의견 대다수는 인권 조례 시행규칙이 동성애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6월 ‘대전시 성평등 기본 조례’가 제정ㆍ시행된 지 두 달여만에 종교단체 등의 반발로 개정된 바 있다. 성평등 조례에 명시돼 있던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등의 문구가 삭제되고 조례 명칭도 ‘성평등’에서 ‘양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종교단체 등의 반발로 인권 관련 정책이 표류되고 있는 건 시의회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대전시 학생 인권 조례(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리는 종교단체 등의 반발로 20분 만에 막을 내렸다. 찬반 의견이 양분되면서 시의회 교육위원회 선에서 조례안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권 정책이 추진 중 동력을 잃고 좌절된 데 대해 지역 인권단체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전충남인권연대 관계자는 “최근 유보 결정을 내린 인권조례 시행규칙은 명확한 근거 없이 반대하는 이들에게 대전시가 굴복한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는 각종 개발은 끄떡없이 추진하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250여 건의 민원을 이유로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시정의 연속성이나 신뢰에 큰 타격을 준 결정”이라며 “인권센터와 보호관을 정책으로 규정하는 것을 미루는 것은 시민 인권 침해 사례를 알리고 원상회복할 기회를 지체시키는 직무유기로도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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