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암 걸린 동물 모델 마음대로 만든다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 있는 표적 단백질만 선택해 이상 변형을 일으키는 기술을 이용해 암ㆍ치매 등 질병에 걸린 동물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박희성 교수와 아주대 의대 박찬배 교수 연구팀은 각종 암과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의 원인인 비정상적 단백질 아세틸화(acetylation)를 동물모델에서 직접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질병 동물모델을 이용한 다양한 질병 원인 규명과 치료법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2만여종의 단백질은 생합성 후 인산화, 아세틸화, 당화 등 200여 가지 변형을 통해 기능과 활성이 조절된다.
이 변형은 생체 내에서 세포 신호전달 및 성장 등 정상적인 신진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단백질 변형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세포의 신호전달, 대사 활동 등이 손상돼 암, 치매, 당뇨 등 다양한 중증 질환이 발생해 지금까지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변형을 동물모델에서 인공적으로 일으키고 제어하는 기술이 없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다양한 비정상 변형 단백질을 합성하는 맞춤형 단백질 변형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이번 연구에서 이를 발전시켜 각종 암과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의 원인인 비정상적인 단백질 아세틸화를 동물모델에서 직접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가운데 아세틸화가 일어나는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아세틸화한 후, 특정 발단 단계나 시기에 쥐에게 먹이거나 투여하는 방법으로 표적 단백질의 특정 위치에서 아세틸화 변형을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 다른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간이나 콩팥 등 특정 조직이나 기관에서만 표적 단백질의 아세틸화 변형 제어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박희성 교수는 “이 기술이 암과 치매 등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변형으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바이오마커 발굴 등 질병 원인을 밝히는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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