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번갈아 배출 탓 충청 인사·예산 홀대
安, 鄭 등 충청대망론 비정상의 정상화 위한 것
1948년 제헌 헌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1~18대 대통령 11명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충청출신은 제 2대 윤보선 대통령 단 1명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은 장면 내각제하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된 한계를 지냈다. 4·19와 5·16 등 격변의 사건을 거치면서 임기 역시 1년여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대통령 역할을 못한 셈이다. 그 이후 군부독재를 거치는 동안 충청대통령은 씨가 말랐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산물인 직선제를 쟁취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노태우(대구), 김영삼(거제), 김대중(목포), 노무현(김해), 이명박(포항), 박근혜(대구) 등 영호남에서 번갈아가면서 했을 뿐이다.
충청은 영호남 패권주의에 가려져 있었다. 지역의 ‘힘’이 얼마인가를 가늠하는 척도인 인사와 예산에서 이같은 점을 읽을 수 있다.
2년 전 발표된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5대 권력기관’ 고위직 인사에서 전체 168명 중 영남권(42.3%), 호남권(17.9%)이었으며 충청권은 이보다 적은 1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도 충청홀대가 심하다.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보은 옥천 영동)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지역별 SOC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17조 3000억원 중 영남권이 43%인 7조 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도권 21.8%, 강원 18.8%, 호남 8.8% 등이 뒤를 이었으며 충청권 8.6%(1조 4000억원)로 가장 적었다. 충청출신 대통령 배출을 기대하는 충청대망론은 영호남에서 대통령을 해왔으니 이제는 충청출신이 해야 한다는 지역주의에서 뿌리를 찾으면 안 된다.
그동안 영호남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대한민국 ‘운동장’을 바로 펴기 위함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바라는 간절한 충청인의 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충청대망론 실현을 위한 잠룡들이 ‘생존경쟁’을 벌인다. 지지율 선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추격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연정 카드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사드배치 안보와 경제정책에서도 진영논리보다는 국익을 최우선한다.
‘선의 발언’ 이후 다소 상승세가 꺾였지만, 민주당이 200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슈퍼경선’으로 치러지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러면 ‘조직경선’을 뚫고 예선을 통과, 내친김에 본선 승리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리멸렬해왔던 보수진영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충청권 주자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론을 내세우는 정운찬 전 총리가 바른정당 입당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여당 한국당 지도부 일원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대권에 4번째 도전하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뛰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로 비합리적인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 경선에서부터 적극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충청대망론 실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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