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등 방법 있지만 1만여세대 의견 수렴 쉽지 않아
동일 마을이름 갖는 세대만 해도 최소 수천세대 달해
순 한글이름을 선호하는 행복도시 내 마을이름에 대한 실제 명칭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칭변경을 하려면 동일 이름을 갖는 지역에 거주하는 세대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지만 최소 수천세대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5일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행복도시 생활권별로 마을이름은 순 한글말로 지정됐으며 모두 23개 마을이 분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마을의 경우, 거주예정자 또는 거주자들이 마을이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과적으로 변경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2015년 7월 세종시 3-3생활권 새샘마을에 대한 명칭 변경안이 행복도시 명칭제정자문위원회에 안건 상정됐지만 실제로는 변경되지는 않았다.
새샘마을에 대한 이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변경 안건이었지만 정작 새샘마을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 내 설문 응답자 894세대 가운데 새샘마을 찬성자가 오히려 873세대에 달하는 등 변경 반대 여론이 97.7%에 달했던 것.
다만, 새샘마을 전체 세대수는 4300세대였던 만큼 설문자 전체 규모가 20%정보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기존 응답률에 대한 대표성 여부에 다소 논리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세종시 2-1생활권 샛골마을 역시 잘못 발음했을 경우,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일부 거주 예정자들의 주장에 따라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줄기차게 변경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마을이름을 정할 때 샛골은 제천 사이에 있는 골짜기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정의됐다. 당시 해당 지역 고유명칭인 가운데말, 너머말, 누에머리산, 다름천, 막음골, 불탄터, 안터, 샛골 중 샛골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거주 예정자들의 불만에 행복청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해당 마을의 공동주택의 경우, 11개 블록으로 각각 분양이 이뤄진 가운데 최초 입주시기가 올해 말이다.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인이 현재는 입주 예정자라는 얘기다.
더구나 11개 블록 전체 세대가 입주하려면 최소한 내년 4월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명칭변경 의견을 제시한 민원인들의 대표성을 인정하기란 어렵다는 것.
행복청 측은 명칭 변경에 대해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갖추려면 전 세대의 절반 이상의 서명이나 동의를 받으면 인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샛골마을의 경우, 11개 블록에 무려 1만1300여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이들에 대한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행복도시 내 마을 가운데 세대수가 가장 많은 마을은 1만7000여세대에 달하며 최소 규모는 2900여세대에 달하기 때문에 의견 수렴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큰 틀에서 마을 이름을 한글이름으로 정하고 생활권별로 정해놓은 것은 최근 시행사 및 건설사 브랜드명으로 정해놓은 공동주택 명보다는 행복도시 개발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마을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게 쉽지가 않다면 향후 마을단위의 다양한 활동이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다.
한 시민은 “일반적으로 1000세대의 아파트 단지만 하더라도 대규모 단지로 통하며 이런 곳에서도 의견을 취합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마을 단위의 또다른 행정 제도나 다양한 이슈가 터져나올 때에 대비한 좀더 다각적인 행정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일단 명칭 변경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소수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상황”이며 “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있는 만큼 마을이름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대표성이 있는 의견을 취합해준다면 언제든지 절차에 맞춰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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