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는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이 기관에 갖는 애정은 남다르다.
KBSI 창립멤버로 출발해 작년 원장자리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1년간 기관을 안정적이게 이끌면서도, 그 속에서 혁신을 추구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원장은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산 연구장비가 국산 연구장비보다 좋다는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 연구장비와 시설의 혁신을 선도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KBSI는 '기초과학 진흥을 위해 연구 지원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국가 중요 연구장비를 개발·관리하고, 상용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KBSI가 연구장비 관련 활동에 매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세계 일류의 열린 기초연구 인프라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이 원장의 포부다.
곧 도래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KBSI만 가지고 있는 분석기술과 장비운영 능력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취임 후 1년 동안의 소회를 말씀해 달라.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그간 연구원에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했다. 연구원을 '세계 일류의 열린 기초연구 인프라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였다. 이에 기초연구 인프라 및 기반기술 확보, 연구장비개발 및 산업 생태계 마련, 연구성과활용·확산 및 산업계 지원, 고객가치경영 및 품질경영체제 확립 등 네 가지를 경영목표로 세웠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며 강한 의지와 역량을 모은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란 신념으로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하고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다. 최근엔 해마다 기관평가를 받아야 했던 평가제도가 임무중심형 평가제도로 바뀌어 임기 3년간의 경영·연구성과를 종합적으로 한 번만 평가 받게 됐다. 1년 단위의 양적 단기 성과보다 2~3년의 질적 성과 창출을 고민할 수 있어 기쁘다. 부원장을 지내다 원장으로 선임돼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지난 1년간 정책을 추진하는데 외부 인사보다 어려움이 훨씬 적었다.
-주요 성과는 무엇이 있었는가.
▲우선 국내 유일의 선도장비를 도입하고 설치하고자 했다. 작년 바이오-메디칼 융합 연구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생물 전용 'Bio-HVEM(바이오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장비를 오창에 설치해 공동활용을 시작했다. 선도장비를 공동활용도를 높이고자 '선도장비 이용자육성 사업'을 만들어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 예산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활용이 잘 되는 범용장비는 한 곳에 집적화한 '개방형 실험실(Open Lab)'을 만들어 연구자들이 직접 방문해 분석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했다. 특히, 국내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일을 추진했다. 2년 전부터 추진 중인 분석과학기반 과학연구장비 개발사업이 올해 우리 기관의 특성에 맞는 임무중심의 장기과제(Big사업·Big Issue Group)로 선정됐다. 이에 '국산연구장비 활용랩'을 대덕본원과 전주센터에 열었다. 국내에서 연구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이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KASIA)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우리 기관에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곳에서 분석과학산업의 발전이 이뤄져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국내에선 국산연구장비보다 외국연구장비가 좋은 게 아니냐는 인식이 있는데.
▲꼭 그렇진 않다. 첨단 연구장비가 개발되고 상용화된 국산 연구장비를 구매, 설치해 성능을 확인하고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국산연구장비 활용랩이 대덕본원과 전주센터에 있다. 대덕본원에는 화학과 바이오 장비를 중심으로 매트릭스 보조 레이저 탈착 질량분석기(MALDI-TOF MS) 등 5종, 전주센터에는 국산 주사전자현미경(SEM) 등 3종 장비가 있다. 국산연구장비를 대상으로 상설체험, 장비교육, 장비 공동개발, 장비성능개선, 성능평가와 해외진출 지원, 첨단연구장비와 분석기술 개발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장비 개발 산업기반은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활용랩이 활성화 되면 국내 연구자들의 국산 연구장비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앞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SI가 국가 연구시설장비를 총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은데.
▲기초 연구장비에 해마다 투입되는 정부예산은 약 1조원에 달한다. 그만큼 중복구매를 줄이고 공동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NFEC은 2009년부터 국가연구개발 시설과 장비 정보를 구축하고 실태조사와 분석, 연구장비 관련 정책연구 등 연구시설과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장비도입심의 제도가 범부처 통합심의로 변경돼 1억원 이상의 연구장비 심의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부처별로 시행하는 1억원 미만 장비 심의시스템도 지원한다. NFEC은 지난 1년 활용도가 부진한 장비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연구자에게 약 180개 장비를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연구장비 예산심의, 장비 구매 컨설팅, 장비전수조사, 국가 연구장비 정책 지원 등 핵심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NFEC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KBS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민간 주도로 산업용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초연결 제조생태계를 구축하고자한다. 국내에서도 기술경쟁력과 사회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산업·경제 파급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모바일 등이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 평가된다. 이에 KBSI는 30여 년 쌓아온 분석기술과 장비운영 능력을 토대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야에 크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예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초미세 이차이온질량분석기 등을 활용해 사물인터넷 센서와 기기 개발을 위한 기초·응용 및 산업분야 연구자에게 측정과 분석지원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개인의 피놈(Phenome·세포, 조직, 기관, 생물체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표현형의 집합체) 정보로 적절한 의약품 처방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 피놈을 분석하는 장비를 구축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포부와 각오를 말해달라.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열정'이라는 말처럼 국내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연구장비 개발 사업은 우리 연구원의 대표 주요사업인 만큼 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장비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 또 첨단연구시설·장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고 연구장비 인프라기관으로 나가려면 노력하겠다. 우리 연구원이 보유한 선도 연구장비들이 글로벌화 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육성해 국내·외 석학들이 모여들어 융합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구축하겠다. 또 국가 연구장비 중심기관으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자 'KBSI Smart Open Lab'을 구축할 계획이다. 1년 후면 설립 30주년이 된다. 이에 연구원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고 연구원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온 힘을 모으겠다.
▲ 이광식 원장은=남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질학과 학사ㆍ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KBSI에 입사해 재난분석과학연구단장·환경과학연구부장·동위원소분석팀장·환경추적자팀장·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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