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김효진 심리치료사, 김봉순 언어재활사, 김민지씨, 이혜진 원장, 서수연 언어재활사, 임선영 언어재활사. |
“장애인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강사 하고 싶어”
대학생 김민지(21ㆍ여)씨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르바이트와 여행이다.
대한민국 대학생이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것들이지만 민지씨는 이 조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민지씨의 발목을 잡는 것은 청각장애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가 있었고, 병원에서는 일반적인 청각장애 친구들 보다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인공와우 수술을 해도 희망이 없습니다.” 병원에서 민지에게 내린 진단이다. 병원에서는 그래도 수술을 하겠다는 민지씨의 부모에게 희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끝내 수술을 끝내 거부했다.
결국, 수술은 한참이나 늦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장애 정도가 심한 민지씨는 여전히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자연스러운 음성산출이 어려운 민지씨는 일반 친구들과는 독화나 필답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농인친구들과는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민지씨는 또 수술로 인해 안면마비라는 후유증을 얻게 됐다. 이 때문에 민지씨는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간다. 민지씨는 활짝 웃는 것이지만 보는 이들은 비웃는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더욱 커졌다.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민지씨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때 하늘샘치료교육센터를 방문, 이혜진 원장과의 언어재활, 김효진 심리치료사의 심리치료로 다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하늘샘치료교육센터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민지씨는 자신이 컴퓨터 관련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지만 컴퓨터 학원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민지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때 컴퓨터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IT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민지씨의 청각장애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대회 주최 측은 해외연수 대상자를 대회에서 1등을 한 민지씨가 아닌 장애 정도가 덜 심각한 학생을 선정하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꿈이었떤 민지씨에게 또 다시 상처를 입혔다.
민지씨가 21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상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여행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일을 하고 싶어던 민지씨는 의사소통이 많지 않은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했다. 그러나 2000장을 돌리고 겨우 3만원을 받았을 때 민지씨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민지씨는 여느 대학생처럼 본인의 힘으로 돈을 벌어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대한민국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기회 조차 주지 않았다.
이러한 민지씨에게 이혜진 하늘샘치료원 원장은 지난해 1월 민지에게 그림을 그릴 것을 권했고, 민지씨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올해 1월 장애학생들을 위한 교육 교재 ‘말타고 놀자’를 출간, 장애 학생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김민지씨는 “장애가 있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분명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좋은 생각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나중에 대학교를 졸업하면 장애인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공부를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 김민지씨가 '말타고 놀자' 교재에 그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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