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포탈 사이트 지도조차 ‘대전 충렬사’ 검색 불가
지도나 이정표도 없어 찾기 어려워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대전 충렬사가 수년 동안 문이 잠긴 채로 시민들에게 멀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독립을 위한 3ㆍ1절이 98년 차를 맞이한 가운데 이와 같은 현충 시설이 빛을 바라고 있어 관심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대전보훈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지역 내 75개 현충시설이 지정돼 있다.
이 현충시설은 탑, 비석, 동상, 기념관, 사당, 생가 등 독립운동과 국가 수호관련한 인물들을 추모하는 곳으로 지정된다.
지역별로 대전 14개, 천안 13개, 논산 7개, 금산 18개, 공주 6개, 계룡 2개, 부여군 10개, 세종 5개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런 현충시설 중 일부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유성구 신성동에 있는 충렬사를 꼽을 수 있다.
기자가 3ㆍ1절을 하루 앞둔 이날 충렬사를 찾았다.
가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충렬사를 찾고자 한 포털 A 사이트 지도와 차량용 지도에 충렬사를 검색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
금산, 부산, 통영, 남해, 정읍 등 타지역의 충렬사만 검색됐다. ‘대전 충렬사’를 검색하자 충렬사 삼거리가 표시됐다.
몇 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찾은 대전 충렬사는 문이 잠긴 채였다. 창호지로 된 문으로 닫힌 사당만 담벼락 너머로 확인할 수 있었다.
창호지는 위패를 보고자 시민들이 담을 넘어 손가락으로 뚫은 듯 구멍 나 있었다.
이곳은 1968년 유성 장동과 화암동의 주민들이 후손들에게 애국심을 본받게 하고자 성금을 모아 만든 뜻깊은 사당이다.
독립운동으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민영환, 최익현, 이준, 안중근, 윤봉길 선생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충렬사 보존 및 제향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충렬사 제향 행사를 5월 정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찾아오던 학생들 대신 군부대 장병이나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이들이 간혹 찾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 있는 독립운동 현충시설을 기념일에 찾을 수 있도록 문화행사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민 최모(34)씨는 “바쁜 도시 생활에 쫓겨 현충시설을 자주 찾지는 않지만, 정신만큼은 후대에 제대로 전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애국 충절을 본받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충렬사 관리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전보훈청 관계자는 “예산상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할 수 없기에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며 “3ㆍ1절이나 8ㆍ15 등 국가 기념일만큼은 개방할 수 있도록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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