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출신인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은 문화재청 내에서 잔뼈가 굵은 국내에 몇 안되는 문화재 전문 행정 고위 관료다. |
“대전은 갑자기 태어난 신생도시가 아닙니다. 곳곳에 역사가 가득한 문화의 도시입니다.”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57)은 대전은 볼 것이 없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전역을 비롯해 옛충남도청사, 신채호 선생 생가터, 동춘당과 소헌재고택, 계족산까지 익히 알려진 곳이라 지역민에게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가치 ’ 있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2017 문화재 야행 프로젝트’에서 선정되지 못했다.
문화재야행은 저녁에 문화유적에 불을 밝히고 국민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첫 시행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야행을 즐겼다.
야행은 문화재가 밀집된 지역에서 추진하는 것이 좋은데, 대전의 경우 문화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보니 연결성 있는 이동이 어려워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준 높은 야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던 군산과 순천의 야행을 추천한다.
박 차장은 대전 인근 공주와 부여에서 올해 야행을 만날 수 있다”고 아쉬운 대전시민의 마음을 달랬다.
취임 8개월을 맞이한 박 차장은 대전 지역의 문화재는 물론이고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살리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차장과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 박 차장이 매사냥 시연을 해 보이고 있다. |
▲은진 송씨 대전 이사동 분묘군 세계유산으로=박 차장은 뼛속부터 타고난 ‘대전맨’이다. 대전에서 태어났고, 오랜 시간 문화재청에서 요직을 두루 거쳐 왔다. 대전을 잘 알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도, 활용과 보존에 대한 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제주 해녀문화,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최근 2년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세계적으로 보존의 이유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해도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이 7월에 있고,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신청한 ‘씨름’도 내년 11월께 최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대전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있는 문화유적은 없는 걸까?
박 차장은 “은진 송씨 분묘 1000여기가 모여 있는 대전 이사동 분묘군은 대전에서 유일하게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분묘의 조성과 재실, 마을의 형성 등 한국의 전통적인 생사관을 잘 보여주는 유산으로 현재 세계유산 등재 잠정 목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재를 위해서는 대전시와 문화재청의 보존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올해 대전시가 기초조사 연구를 실시해 대상 유산의 범위가 정해질 예정”이라면서 “문제는 묘역군을 관통하는 도로인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존관리 계획은 필수”라고 말했다.
▲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집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왼쪽 두번째)과 함께 . |
▲무형문화재의 가치, 사람이 평가할 수 없어=’매사냥’은 2010년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공동 등재돼 우리나라를 포함해 18개국이 매사냥의 보존과 계승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전과 전북에 각각 1명씩 있고 시도에서 전승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인간이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임기동안 무형문화재와 관련 제도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매년 매사냥 공개행사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무형문화재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시연과 전승을 돕는 이유다.
대전의 유일한 국가 사적인 계족산성(제 355호)은 머지않아 휴식의 공간으로 시민에게 돌아올 예정이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100억 원이 투입된 1단계 보수 정비사업을 거쳐 2012년부터는 8년간 2단계 보수 정비에 돌입했다.
계족산성은 수년간 정비를 통해 성곽과 남문지 및 집수지 복원을 마무리 했다. 올부터는 건물지와 봉수대 및 미복원 성벽, 안내판 정비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많은 시민이 찾아오는 문화유적으로 휴식과 힐링공간으로 재탄생 된다. 대전시민이 자주 찾아오는 계족산성이 되기 위해 학술대회와 산성축제가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박 차장의 다짐이다.
그는 “ 문화유적은 사랑받아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중구 원도심 일대의 일제강점기 흔적과 신사임당에 버금가는 호연재 김씨 고택 등 숨어있는 대전의 문화재를 찾아보는 것도 대전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며 추천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복원과 보존과 전승 업무에만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문화유적을 활용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친밀한 행정을 선보이고 싶다”고 자신감과 포부를 전했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
정리=이해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은
▲1960년 대전 출생 ▲서대전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동국대 대학원 ▲문화재청 사적명승국장 ▲문화재활용국장 ▲기획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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