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하면 ‘하지말자’ 풍조 만연
관련 업계 소상공인들 피해 지속으로 울상
28일로 청탁금지법 시행 5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접대ㆍ선물 문화에 대한 사회적 변화 등 신 풍속에 적응해 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모호한 기준으로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피해 발생 등으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청탁금지법 대상자인 공무원들은 5개월째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들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거나 현장 근무를 나갈 때에도 ‘더치페이’로 계산한다. 현장에 나가는 등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1인당 3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한 공무원은 “‘내수경기 침체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여파’ 등으로 이슈가 집중되면서 청탁금지법 체감 효과가 작음에도‘헷갈리면 하지 말자’라는 풍조가 만연해지는 탓에 업무 진행도 함께 더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청탁금지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판례가 축적되지 않아 구체적이거나 상황에 대처할 수 없기에 더 위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님 발길이 뜸해져 주문이 끊긴 꽃집 등 관련업계 소상공인들은 울상이다.
전체적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줄지 않았지만, 꽃집(화원)이나 술집, 노래방 등 청탁금지법과 관련 업계의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3개월간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고 분석했다.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9.3%가량 증가했다.
반면, 청탁금지법 시행 후 축하난과 화환 수요가 크게 줄어 지난해 10~12월 화원 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보다 11.4%나 줄었다.
친목 모임이나 접대도 축소되며 술집 등 유흥주점 법인카드 사용액도 11.2% 줄었고, 노래방 사용액도 5.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3일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가계 생계비 부담 완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3·5·10 규정’ 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탓인 부작용이 확인됐지만, 관계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매출 감소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며 “업종별로 피해 현황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제와 사회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청탁금지법을 손질하기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구창민 기자 kcm26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