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기업 삼진정밀, 자본금 1000만원에서 1000억대 매출 기업으로
IMF환란 당시 오히려 R&D 투자확대, 기업체질 개선으로 위기돌파
여닫이장치 하나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기업이 있다.
물·기름 등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개폐장치인 ‘밸브’전문제조기업 (주)삼진정밀(대표 정태희·사진)이다.
26년 전인 1991년 직원 2명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삼진정밀은 상ㆍ하수도용에서 산업용 특수밸브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연매출 1000억원대 지역 강소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회사 설립 전후인 30대 초반 정태희(59) 대표의 삶은 고단했다. 서울지역 대학에서 마케팅과목을 가르치다 집안사정으로 대전에 내려올 수밖에 없었고 당시 고무대야 제조공장을 운영하던 부친을 도왔다.
3년여 먼지구덩이 같은 공장에서 맨손으로 고온의 고무대야를 만들어 손수레에 싣고 배달을 다녔다. 정 대표는 “그때 내 모습은 넝마주이와 다를 바 없었다”고 회상했다.
고된 일에 지쳐갈 즈음 밸브기술자 황경서씨(64·현재 삼진정밀 고문)를 만나 삼진정밀 설립에 뜻을 모았다. 이립(而立)을 갓 넘긴 나이였다.
하지만 밤샘 연구로 밸브제품을 만들어내도 판로가 없었다. 정 대표는 “방법은 발품을 파는 것 뿐이었다”며 “기차를 타고 전국 각지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알음알음 고객을 확보했다. 첫해 매출은 4000만원에 불과했으나 매년 성장을 거듭해 5년 뒤엔 그 100배인 4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7년말 ‘6·25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외환위기가 닥쳤다. “한마디로 회사를 휘청이게 하는 지진이었다”고 정 대표는 표현했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무차입경영’을 고집한 덕에 은행 빚이 없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환란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인원감축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삼진정밀은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기업체질 개선에 몰두했다. 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직원들과 합심해 제품을 다변화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삼진정밀은 현재 중동과 미국, 동남아 등 45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나로호 우주발사체에도 밸브제품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정 대표는 “최근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지만 이럴 때야말로 투철한 ‘기업가정신’이 발휘돼야 한다고 본다”며 “기업이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무장하고 사회적으로 기업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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