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토닥토닥 회원들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행사에 참석한 한 회원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밝고 웃으며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사회의 의무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회원들은 올해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건우법'이 국회에서 조속한 통과가 될 수 있게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에는 장애인부모단체와 시민단체, 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민연대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오는 4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마라톤' 행사도 다시금 연다. 올해로 3회째다.
조례제정 지원을 위한 정책세미나와 장애아 환경 개선사업 등도 추진된다.
이들이 이처럼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부르짖는 이유는 뭘까. 건우법의 주인공인 건우(9)군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건우는 두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아로 건우는 혼자서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음식 조차 먹지 못한다. 할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가만히 두면 몸이 틀어진다. 건우의 부모는 며칠이라도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의 병원을 떠돌았다. 대전에는 건우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재활치료를 위한 병원도 부족하다. 최근 대전 대덕구의 한 병원에 소아 낮병동이 생겨서 다소간의 여유는 생겼지만, 온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건우같이 장애를 가진 아동은 한둘이 아닌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세 이하 장애아동은 9만여명에 달한다.
대전시만 하더라도 2582명. 이 가운데 중증장애아동은 1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아 장애의 경우,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전문 의료기관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탓에 어린이 재활병원을 찾아 전국을 떠돌거나 병원 예약을 해 놓고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적잖은 실정이다. 장애를 앓는 어린이들이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마저도 서울 1곳에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다.
장애아동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과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도 적잖다는 이야기다. 한달 치료비만도 200만원에서 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가 국립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대선 공약으로 제안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시는 지난달 24일 충청권 4개 시·도가 공동으로 제안한 40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국립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냈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발의됐다. 국가 및 지자체가 재활병원 건립 비용을 보조하고, 출연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장애아 부모들의 기대도 일순간 무너졌다. 20대 국회에 들어서 지난해 9월 박범계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을) 등 80여명의 의원들이 이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현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된 뒤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된 상태다. 그럼에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별다른 진척은 없이 지지부진하다. 시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대선주자들에게 공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 것이 이 맥락에서다.
현재 주어진 여건은 좋다.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7일 대전을 찾아 “전국적으로 등록된 중증 장애 어린이만 6만 3000명에 등록되지 않은 어린이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데도 서울에만 딱 한 곳 밖에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치료, 학교, 돌봄서비스 등 3가지를 책임질 수 있도록 공공의료가 책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권선택 시장도 어린이재활병원의 대선 공약화를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권 시장은 최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나 국립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대선공약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는 소아 아동의 적기치료 및 재활을 통해 조속한 사회복귀 및 자립 지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공공의료 강화로 사회간접비용 절감 및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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