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부 송익준 기자 |
그런데 두 단어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대나무가 다양한 생명체가 어울려 사는 바다에 서있는 느낌이랄까.
정치판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원칙하면 문재인, 화합하면 안희정이 떠오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보인다. 항상 원칙을 강조하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당시 동창회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사람들은 문재인을 ‘고구마’로 비유한다. 문재인으로부터 고구마를 먹었을 때의 ‘답답함’을 느껴서다. 그만큼 문재인은 원칙주의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화합을 부르짖는다. 분열 대신 통합을, 복수보단 사랑을 외친다. 정치·경제·외교·안보 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임 대통령들의 경제정책을 계승하겠다거나 새누리당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대연정 구상도 내놓았다. 그가 내놓는 발언 하나하나엔 화합이 녹아있다. 안희정을 ‘화합주의자’로 부르고 싶을 정도다.
최근 두 사람이 맞붙었다.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을 두고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다”는 그의 말은 논란을 일으켰다. 문 전 대표는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세우냐”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정의의 마무리는 사랑”이라며 받아쳤다. 원칙과 화합의 가치가 정면충돌한 모습이다.
양 측 지지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건전한 비판을 주고받는 듯하더니 ‘문빠’니 ‘안빠’니 감정적 충돌을 빚기 시작했다. 사실 문재인과 안희정은 뿌리가 같다. 두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정신은 원칙과 화합이었다. 지금 보면 문재인은 노무현의 원칙을, 안희정은 노무현의 화합을 발전시킨 것 같다. 그리고 그 둘의 원칙과 화합이 부딪치고 있다.
물론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함께 지키고 조화롭게 발전시킬 정신임은 틀림없다. 두 사람의 가치 대결이 기대되는 이유기도 하다. 문재인과 안희정은 원칙을 지키면서 화합하는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인가.
푸른 대양 한복판에 대나무가 곧게 서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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