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5일까지, 4일간 ‘도깨비책방’
22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예술의전당 1층 지하 로비.
공연 관람 전 티켓팅을 하고 공연 시작에 앞서 기다리는 공간인 대전예술의 전당 로비가 개성 넘치는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깨비 책방’ 이 이곳에 문을 연 것이다.
도깨비책방은 지난달 부도가 난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출판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마련됐다.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3500여 권의 책들이 공연, 영화 등을 관람한 시민들에게 책 선물까지 제공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적고, 챙겨온 공연, 영화티켓과 교환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또한, 로비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사람과 읽는 사람들이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조용히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여느 서점처럼 마주 보고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쇼파, 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알차 보였다.
이날 로비에서는 네댓살 어린이들이 엄마 손을 끌고 서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가 하면 백발이 성성한 60~70대 노인들이 꼬깃꼬깃한 공연 티켓과 함께 도서 구매가 가능한 책 리스트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입구에서는 독서 삼매경에 빠진 가족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도깨비 책방을 찾은 백성연씨는 “도깨비책방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아이와 함께 오게 됐다”며 “지난주에 본 공연티켓을 통해 어린이 책으로 교환했다. 공연도 보고, 책 선물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조용한 분위기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도깨비 책방의 서가 구성은 여느 서점과 달랐다.
베스트셀러 등과 같은 이런 카테고리가 아예 없다.
대신 송인 서적 부도로 100만 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1인 출판사의 대표도서 1~2종을 소설ㆍ인문, 어린이ㆍ청소년 등으로 나눠 갖춰 놓은 게 전부다.
또 현금을 지불하고 사고 싶은 책을 다 구입할 수도 없다.
2월 이용한 공연 등 관람권을 제출해야만 이곳에 있는 구비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이옥재 대전서점조합장은 “책을 많이 파는 목적이 아니라 송인서적 부도에 따른 영세 출판사 및 중소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라며 “비록 출판계의 경영 어려움을 완전히 해소 할 수는 없더라도, 출판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작은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깨비책방이 서는 곳은 대전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서울 예술의전당,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카페, 부산 남포동 메가박스 부산극장 본관, 광주 메가박스 전대점, 전주 서신동 롯데시네마, 대구 대구백화점 야외무대 등이며, 오후 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