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우> 네, 안녕하세요.
◇김현정> 직접 자기소개부터 해 주시죠.
◆남정우>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남정우라고 하고요. 하정우 말고 남정우라고 기억해 주시면 그렇게 기억하시기 쉬우실 겁니다.
◇김현정> 어떻게 극단에서 착실하게 연극하고 활동하던 분이 할리우드로 날아갈 생각을 하신 거예요, 처음에?
◆남정우> 사일런스라는 영화가 일본의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의 침묵을 원작으로 하고 있거든요. 제가 반드시 배우가 되겠다 결심을 시켜줬던 그런 연극이 바로 침묵이라는 연극이었어요.
◇김현정> 배우의 길로 나를 이끌었던 작품이 바로 이 사일런스의 원작 '침묵'?
◆ 남정우> 그렇습니다. 그래서 2006년에 배우가 됐고 2012년 9월 달에 뉴스를 봤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께서 그 동명의 소설로 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요. 17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라서요. 아시아 배우가 필요할 수밖에 없거든요, 감독님께서. 그래서 저는 시체라도 시켜달라라는 이메일을 보냈었거든요.
◇김현정> 그러니까 처음부터 찾아가신 건 아니고 일단 이메일로 접근을 하셨군요?
◆남정우> 네, 답장이 없어서 끝났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영화 제작이 연기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2013년에 그때 또 뉴스가 떴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사일런스 다시 제작에 들어간다.' 그때 그래서 공연하면서 벌었던 돈으로 뉴욕행 비행기를 그 자리에서 바로 예매를 해서 공연이 끝나자마자 넘어갔습니다.
◇김현정> 그 넓은 뉴욕에서 어디로 찾아가셨어요?
◆남정우> 제가 봤었던 팬페이지에 주소가 있었습니다. 프로덕션 사무실 주소가 있었는데 '맨하튼 110번지'였어요. 제가 준비했던 자료들을 들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경호원이 막더라고요. '누구냐고' 그래서 제가 '나 한국에서 온 배우고 감독 만나려고 한국에서 날아왔다.'니까 기다리라고 너 약속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니, 약속 안 했는데?' 그러니까 그러면 넌 들어갈 수 없다, 우편 메일을 보내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제가 준비했었던 자료들을 꾸준하게 보냈는데요.
◇김현정> 어디 출연했던 자료 다 긁어모아가지고 프로필을?
◆남정우> 네. 그러나 역시나 답이 오지 않았고 돈도 없었고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왔었죠. 그런데 그때 또 제작이 안 되더라고요. 2014년 12월에 최종적으로 대만에서 영화를 곧 찍을 것이다라는 뉴스가 그때 또 떴습니다. 그래서 바로 넘어갔죠.
◇ 김현정> 대만으로 직접 가신 거예요?
◆ 남정우> 네, 그렇죠.
◇김현정> 참 대단하시네요. 포기할 법도 한데 어떻게 이런 에너지가 나올 수 있는 겁니까?
◆남정우> 대만에 가는 것까지가 제가 해 볼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한국에 그냥 남아 있었으면 가능성은 0%인데 일단 대만에 가면 50%는 생긴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김현정>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대만 갔어요. 갔지만 이번에도 녹록치 않았을 거 아닙니까?
◆남정우> 찰영장이 어디인지 감독님이 어디 계시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그다음 날 바로 타이베이 영화진흥위원회를 찾아갔습니다. 가서 (웃음) 제가 그동안 있었던 얘기들을 다 해버리면 누가 봐도 좀 정신 나간 사람이잖아요. 제가 묘수를 썼던 게 그때 캠코더를 한국에서 빌려갔습니다. 그래서 항상 찍고 있었는데 '나 한국에서 온 방송국 PD다. 3년 전부터 마틴 스콜세지를 찾아라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뭐… 30초 만에 카메라 끄고 나가라고 해 가지고요.
◇ 김현정> 계속 실패인데 결국은 어떻게 만나신거예요?
◆남정우> 그날 새로운 기사가 떴었는데 붕괴 사고가 일어났어요. 세트장이 무너져서 그때 일하고 계시던 스태프분 한 분이 돌아가시고 두 분이 크게 다치신 거예요.
◇김현정> 큰 사고가 났네요?
◆남정우> 그래서 뉴스 말미에 장소가 나온 거죠. 저한테는 참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게 돌아가신 분을 생각했을 때 제가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니까….
◇ 김현정> 하지만 어쨌든 그 일로 인해서 절대 알지 못하고 돌아올 뻔 했는데,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거네요?
◆남정우> 네, 그렇죠. 그래서 찾아갔죠. 그날 바로 또 찾아갔더니 촬영장이 맞더라고요. 그래서 며칠 동안 좀 지켜보다가 피켓을 영어로 만들어서 들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정> 뭐라고 썼나요, 그 피켓에는?
◆ 남정우> '코리아 -> NYC -> 타이베이. 내가 14년 동안 당신의 사일런스 영화를 기다려왔다.' 그러나 전혀 아무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반대쪽 길로 나가서 새벽 6시부터 하루 종일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대만 스태프들이 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특수 효과를 담당했던 스태프 친구가 와서 '여기 사일런스 영화 보조출연자 모집하는 회사다. 여기 한번 찾아가봐라' 그래서 제가 한 3번 정도 찾아간 끝에 거기 담당자를 만나서 연기를 했었고 며칠 뒤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촬영을 하게 된 거죠.
◇김현정>그래서 무슨 역할을 얻으신 거예요, 획득하신 거예요?
◆남정우> 저는 앤드류 가필드와 아담 드라이버라는 두 배우가 선교사들인데 일본으로 선교를 하기 위해 처음으로 들어온 도목이라는 마을이 있어요. 그 도목이 마을의 주민입니다.
◇김현정> 대사가 있는 주민입니까, 없는 주민입니까?
◆남정우> 대사가 있기는 있는데 공동으로 외치는 대사거든요. 그런데 그 대사는 편집된 것 같고요. (웃음) 그리고 다 합치면 한 3초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김현정> 남정우 씨 5년을 기다렸는데.. 물론 출연하는 게 의의가 있기는 합니다만 3초, 4초는 좀 그러네요.
◆남정우> 그 3초가 저한테는 그동안 제가 연습하고 제가 배우생활을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이 그 3초 안에 다 녹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너무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김현정> 꿈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뭔지를 보여준 남정우 씨. 정말 좋은 배우로 사랑받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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