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영 문화부 기자 |
대전은 수준 높은 문화 공연, 시민의식 등 외형적으로는 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전시가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대전을 품격 갖춘 문화도시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은 멀어져 가고 있다. 대전시가 지난해 말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원이 모자라자 대전문화재단 적립금(출연금)을 애초 약속한 금액을 지원하고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이 확보한 적립금은 126억 원으로, 오는 2020년까지 500억 원을 모으겠다던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기업 등 외부 기부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오랜 경기침체로 기부금 등에 관심이 크게 떨어진데다 재단의 협조요청에도 적잖은 부담감을 드러내는 게 사실이다.
문화재단의 이상적인 재원운용 모델은 적립금을 쌓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자나 사업 수익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단 적립금은 재단 운영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재단은 장기적으로는 적립금에 의한 운영이 돼야 기획사업 진행은 물론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기획사업은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과 달리 대전문화의 비전과 정체성을 찾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재단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이런 핵심동력인 기금이 몇 년째 늘어나지 않는 탓에 문화재단 스스로 책을 만들고, 사업으로 진행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정작 문화예술 발전의 토양이 될 문화재단 적립금은 빼버려 문화정책에 비전이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한 예술인의 탄식이 와 닿는다.
당장 매년 들쑥날쑥한 문화재단 적립금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해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전 문화의 미래를 보고 뿌리는 기획 사업이라는 씨앗이 대전시의 문화 마인드 부재로 메마르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면 문화 예산부터 줄이는 근시안적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면 대전은 문화 불모지로 남을 수밖에 없어 씁쓸하다.
지역 문화가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않으면 지역 문화 진흥이 꽃피울 수 없다. 새로운 건물을 세우고 다리를 놓는 것과 달리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수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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