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선 만약을 가정한 연쇄 보궐도 주목
상고심 진행 기간 등 시한 및 법적 요건에 희박
대전지역에 때아닌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4월 말 혹은 5월 초로 예상되는 소위 ‘벚꽃 대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자금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이 지난 16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당연 퇴직형을 선고받자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을 주목한 물밑 행보가 이뤄지고 있는 것.
그러나 보궐선거 가능성은 현재로선 ‘소설’에 불과하다.
올해 보궐선거를 치르려면 대법원이 오는 4월 12일 재보궐 선거 한달 전인 다음달 13일 이전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궐위를 통보해야만 성립된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달 13일까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상고심이 진행되는 과정과 기간을 고려할 경우,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예고했기 때문에 보름가량 평의를 거쳐 선고가 다음달 10일께로 예상되는 동시에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을 60일 안에 치러야 한다는 점을 주목키도 한다. 대법원이 권 시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대선일을 30일 이상 남겨둔 시점에 내린다면 대선과 함께 치를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지자체장 등의 보궐선거는 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엔 실시하지 않는다. 즉, 6월 안에 제19대 대선이 열리고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로 오는 5월 31일까지 보궐선거 사유가 생긴다면 시기상으로는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현재 거론되는 대선 시점이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로, 그 이후엔 보궐선거가 형성되기 어렵다.
대선이 이 시기에 열리면 하반기엔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보궐선거는 4월 중 첫번째 수요일에 1년에 한 차례 시행하는 것으로 지난 201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법적인 요건도 갖춰야 한다. 대선과 동시에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시각이 현실화되려면 공직선거법의 부칙을 바꿔야 하는 탓이다. 이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치권이 권 시장의 재판 향배를 주목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전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가정하에 연쇄적인 보궐선거를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대목이다.
이 경우, 허태정 유성구청장과 한현택 동구청장의 시장 도전설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만큼, 이들의 시장직 출마를 위한 사퇴가 전망돼 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상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대선과 맞물린다면 최대 과제로 부상한 개헌을 위한 의석수 유지 탓에 현역 의원들의 도전이 사실상 어려워져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구청장 보선 가운데 유성에서는 송대윤·김동섭·조원휘 대전시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구의원 등의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고, 동구에선 황인호·윤기식 대전시의원(이상 더민주)과 안필응 대전시의원(바른정당) 등이 잠재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적을 둔 일부 동구의원들이 눈독을 드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구청장에 도전한 광역·기초의회에도 빈 자리가 생겨, 최소 다섯 곳 이상의 지방의원 보궐선거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란 것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이유로 구청장 및 지방의원들이 권 시장의 상고심 진행 과정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 “그러나 대법원 상고가 언제 열릴 지, 법률적 해석이 잘못됐다는 권 시장 측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일 경우엔 보궐선거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도 인지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가정해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자칫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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