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다” 유보 결정에 불만 목소리도
대전시가 ‘인권센터’ 등을 구성하기 위해 제정하는 ‘인권 보호 및 조례 증진 시행규칙’이 추진 위기에 봉착했다. <중도일보 16일 자 2면 보도>
20일 시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일부 종교인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내부 검토 끝에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까지 시행규칙 제정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3일 조례규칙심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 역시 다음으로 미뤄졌다.
시는 지난달 26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15일까지 관련 의견을 들었다. 2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시 홈페이지와 담당자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 250여건이 제출됐다. 상당 의견에는 ‘동성애 반대’를 이유로 시행규칙이 제정돼선 안된다는 의견이었다.
시가 입법예고한 규칙 내용에는 인권센터(가칭)을 구성해 시민인권보호관을 임용하고 인권침해ㆍ차별행위에 대해 조사한다는 내용과 절차가 담겨 있다.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대한 구체적 명시는 없으며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이 주장하는 ‘동성애’, ‘성소수자’ 등의 문구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250여건의 반대의견에는 ‘동성애 반대’를 이유로 시행규칙이 제정돼선 안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이 같은 반대 의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 형성될 때까지 제정을 유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의 이 같은 결정은 인근 충남도가 추진 중인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제정안’이 반대 여론에 부딪힌 것을 놓고 몸 사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는 시행규칙 제정안 제2조 2항에 ‘차별행위란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계법령의 정의에 따른다’는 항목을 두는데,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개인의 성적지향’이 침해되는 경우도 차별행위로 보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대전시의 인권 조례 시행규칙 유보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이 어떤 조항에 대한 지적도 아니고 반대 명분이 논리적으로 납득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권 조례 규칙 제정을 유보한다면 도대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나가면서 추후 규칙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단 이달 말 대전시인권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점진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가 올해 안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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