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차기선거 언급 ‘금기’, 현안추진 강조
권선택 대전시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시장직 ‘박탈’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지역 정가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수진영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장 개인의 책임이 무겁다며 권 시장을 흔드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시장직 탈환을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은 권 시장에 힘을 실어주며 현안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등을 강조하고 있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 지역 보수정가는 권 시장 판결 이후 시장거취 및 시정 불투명성을 부각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권 시장 임기 4년 중 대부분 시간을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을 겨냥, 시장 개인 문제로 시정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시정 불안정으로 지역발전 지체 등 불이익은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대전시당도 권 시장에 대법원 상고는 시간 끌기 식 법리다툼의 연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망찬 대전 소식을 목마르게 기다린 시민 여러분께 이젠 권 시장이 보답해야 한다”고 즉각사태를 촉구했다.
보수 정당들이 이처럼 권 시장을 흔드는 이유는 조만간 대전시장 선거를 다시 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권 시장이 다음달 13일 이전 대법원에서 이번에 받은 징역형이 확정되면 4월 12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대전시장을 다시 뽑게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은 물론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장을 모두 민주당에 내준 보수진영 입장에선 권토중래할 기회인 셈이다. 벌써 지역정가 일각에선 차기 시장 후보군으로 보수진영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반면, 진보진영에선 이번 권 시장 판결을 둘러싸고 법원판결에 유감을 표시하고 흔들림 없는 시정추진을 당부하는 선에서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에 차기 선거를 입에 담는 것은 금기시될 정도라는 것이 지역 진보진영 관계자의 전언이다.
권 시장이 소속된 민주당 대전시당은 판결 다음날인 17일 “대법원 파기환송심이 존중되기를 기대했으나 대전고법이 내린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오로지 시민 편에서 시민께 약속한 공약을 지키고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대전시당도 권 시장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개인의 일로 시정이 흔들려선 안 되다는 수준의 논평으로 갈음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권 시장의 이번 고법 판결로 지역 보수진영에선 2014년 잃어버린 시장직을 되찾기 위해 현직 시장을 앞으로 더욱 흔들 것이며 민주당 등 진보진영에선 이같은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반격하는 등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고등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이동근)는 지난 16일 법원 302호 법정에서 열린 권선택 시장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정치자금법(정치자금 부정 수수) 위반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권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된다. 권 시장은 상고의사를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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