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갈등 안돼”,“상생 발전방안 모색”등 원론적 입장만 내놔
세종시와 충북도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KTX 세종역 설치’에 대해 유력 대선주자들이 즉답을 회피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두 지역 간 현안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할 경우 이견이 있을 수 있어 표심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나쁜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KTX 세종역 신설은 최근 충청권 4개 시·도가 상생발전을 위해 40개 대선공약을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충청권 공조가 깨질 수 있다고 판단, 제외한 현안이다.
이렇듯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면서 대선후보들은 이와 관련한 언행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17일 충북도를 방문해 “KTX세종역 신설 문제로 지역 간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며 “이 문제는 정치권이 입장을 내기보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장의 주체들이 수익성과 효율성 등을 따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같은당 소속인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달 충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종시와 충북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두 지역 단체장 모두 같은 당으로 충분히 상생 발전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두 후보는 지역 간 갈등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 우세해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KTX세종역 설치와 관련해 소신 발언을 했지만,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 16일 세종을 방문한 안 전 대표는 “세종시민들이 편리하게 인근역(오송ㆍ공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연계 교통을 강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버스 경유지를 최소화해 4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를 20분으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루전 충북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오송역 등 주변 역에 연결 서비스를 확대해 세종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뒤“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와 달리 세종역 설치를 적극 반대하는 후보도 있다.
최근 세종시를 방문해 ‘행정부처를 원상복귀 시켜야 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14일 충북을 방문해 “세종역 신설보다 ‘오송지역 발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해 또 한 번 지역민에 분노를 샀다.
대권 도전에 나선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충북도청에서 “세종역 신설은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이야기”라며 반대를 주장했다.
이에 지역 한 관계자는 “KTX 세종역 설치는 지역 간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안사업으로 유력 대선후보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기는 부담이 있다”며 “최근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져 후보들이 곤욕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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